ADVERTISEMENT

대통령 집안선 박근혜가 유일한 성공 케이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호 10면

#1=버락 오마바 미국 상원의원이 피부색을 극복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은 이변이었다. 경선 막판 흔들리던 백인 유권자의 표심이 오바마로 향한 것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케네디 집안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과 신뢰는 상상 그 이상이다.

정치 패밀리의 세계

#2=1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최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돌연 중도 하차하면서 일본에서는 2세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었다. 일본 언론들은 두 사람이 샐러리맨에서 갑자기 총리(후쿠다 다케오)와 외상(아베 신타로)이던 아버지의 비서가 돼 ‘벼락 출세’한 것을 총리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후쿠다’로 유력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외할아버지,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가 장인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한국에도 ‘정치 가문’은 있다. 3대째 여의도 문을 노크하는 집안도 있고 대를 잇거나 형제끼리, 부부끼리 국회의원을 지내는 가문도 제법 된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그 수는 많지 않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정치 명문가라 할 수 있는 가문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3대로 이어지는 정치 가문은 외무부 장관을 지낸 정일형(작고) 박사와 정대철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을 꼽을 수 있다.

정 박사는 1950년 서울 중구에서 국회의원이 된 뒤 내리 8선을 하다가 77년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만 33세의 나이로 9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 고문은 5선을 했다. 화려한 학력(경기고·서울대 법대)에 모친이 국내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작고) 여사라는 후광에 힘입어 한때 대권 잠재 후보로 분류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김대중(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한 차례씩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치적 입지는 확 좁아졌다. 4년 전 그가 구속되자 대기업에 다니던 장남 호준씨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중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호준씨는 18대 총선 때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지만 당선권(24번)에서 밀리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전직 대통령 가문에서 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는 박근혜 의원이 유일하다. 외국과 비교하면 대통령 자녀들의 정치 입문 비율이 낮은 편인데, 아버지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국정을 농단한 일부 그릇된 대통령 자녀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DJ 장남 홍일씨는 두 차례 의원을 지냈지만 건강이 안 좋아 의정 활동이 활발하지 못했다. 차남 홍업씨도 한 차례 의원을 했지만 올해 총선에서 어머니 이희호 여사의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텃밭인 전남 무안-신안에서 낙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끊임없이 정치권을 노크하고 있지만 번번이 공천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재헌씨는 93년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뒤를 이어 한나라당 대구을 지구당 위원장을 맡았지만 아버지의 비자금 사건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재헌씨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홍콩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올해 초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동서인 금진호씨와 처남 김복동씨는 각각 14대 의원을 지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서 김상구씨는 12, 14대 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도 한때 전 전 대통령의 사위였다.
18대 총선에서도 여야 중진 의원 2세들이 대거 여의도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 영호씨는 서울 서대문 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노웅래 전 의원은 서울 마포 갑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김철(작고) 사회당 당수의 아들인 김한길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관용·최형우 전 의원의 아들이 여의도 입성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속초-고성-양양에서 4선을 한 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 정문헌 전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7선인 김진만(작고)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생인 김택기 전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금품을 살포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