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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 공개되는 북한 사법제 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사법제도가 실체를 드러냈다.법원행정처가 2년동안 북한.일본등 각국의 문헌을 수집하고 귀순자들과 인터뷰한 자료를 엮어 8백쪽에 이르는 책을 펴낸 것이다.북한의 사법제도를 단편적으로 연구한 문헌은 있었지만 사법제도 전체를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책은 인민재판과 유사한 「동지심판회」같은 북한의 독특한 재판제도와 판.검사,변호사의 임용및 역할등을 폭넓게 소개해 북한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법제도를 살펴본다.
◇동지심판회(同志審判會)제도=6.25전쟁중 실시하던 인민재판제도와 유사한 동지심판회제도를 운영한다.동지심판회는 국가기관.
기업소등 단체와 지역별로 조직돼 있으며 심판의원들 앞에서 엄중한 자아비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 사이엔 사상투쟁.대논쟁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상은 음주후 김일성교시 학습에 참가하는등 유일사상에 저해되는 행위나 주벽으로 인한 업무태만,간통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
유죄가 인정되면 아오지탄광등으로 보내 6개월 이하의 노역을 시킬 수 있으며 경제사범의 경우 범죄로 인한 이득의 10~20배정도의 벌금을 매긴다.
북한은 또 외화횡령등 사회적으로 경고해야 할 필요가 있는 범죄는 죄질이 극히 나쁜 경우 현장에서 사형을 집행하기도 한다.
◇판사의 임용과 권한=판사는 사법시험같은 임용시험을 거치지 않고 법학과 졸업생중 재판소 실습생이나 재판서기등의 업무를 5년이상 거친 사람중에서 임용한다.노동당 입당이 의무화돼 있는데다 혁명유자녀 특별채용제도도 있어 북한의 판사는 정치적 성격을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
또 부당한 판결일 경우 판사를 처벌하는 「부당재판죄」도 있다.이 죄는 유.무죄를 잘못 판단하거나 양형을 잘못한 경우 4년이하의 노동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사와 변호사=검사는 대개 법학과 출신이지만 만경대.강반석혁명유자녀학원(11년제) 출신들을 희망에 따라 임용하는 경우가많아 비법률가 비율이 높다.우리의 검찰총장에 해당하는 역대 중앙검찰소장들도 호위사령부 소속 장군,노동당 중앙 위원,외국대사등 법률업무와 무관한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검사는 범죄자 기소 외에 각 행정기관과 기업체의 예산집행까지감시해 우리나라의 감사원과 비슷한 직무도 수행한다.
변호사는 5백여명으로 이중 3백여명은 교수나 연구원등을 겸하고 있다.
변호사는 소송가액이 1만원 이상 50만원 이하(북한화폐단위)일 때는 최고 40%를 수임료로 받지만 직접 받는게 아니라 변호사회가 의뢰인에게 받아 사무실경비.세금등을 제외한 뒤 월급을준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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