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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OECD가입의 虛와 實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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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 5일 자본이동과 국제투자(CMIT/CIME)등 두 위원회의 심사종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국민들로서는 협상이 「종결」됐다는 사실만 들어 알 뿐 정작 종결을 확정지은 협상안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상황이다.
OECD가입 협상은 정부차원의 일이지만 그 영향은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미친다.
OECD가입이란 「자본이동과 투자의 자유화」라는 OECD의 양대 이념을 축으로 한 1백67개의 각종 규범을 지키겠다는 국가차원의 약속이다.물론 각국의 여건을 고려,일부는 유보 조항으로 남겨놓을 수도 있다.OECD가입 「협상」이란 바로 그런 유보 조항들을 얼마나 자국의 여건에 맞춰 확보하느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와 자본이동,환율과 금리,노동과 환경등 제반 사항을 규정한 OECD규범들은 그 협상내용에 따라 향후 국민생활과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해 협상을 벌인 정부는 그 협상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의무가 있다.그럼에도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라고는 『지금까지 「양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 협상을 주도해온 재정경제원의 엄낙용(嚴洛鎔)차관보는5일 회의가 끝난뒤 『자유화는 경제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양보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할 뿐 내용은 함구했다.
OECD 한국대표부의 김중수(金仲秀)공사도 『우리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다』며 「실적」만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동안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않은 부분이 많았다.
OECD 금융위가 열릴 때 외국인주식소유한도를 15%에서 18%로 높였고 노동위와 환경위가 한창일 때는 느닷없이 노사개혁위원회가 구성되고 거창한 환경선언이 발표됐다.또 외국인 투자업종 개방,해외 부동산 투자허용등 부수적인 조치들도 이어졌다.CMIT/CIME회의가 채권시장과 현금차관 문제로 발목을 잡자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현금차관 도입을 허용한다는 조치가 나왔다.
회의적 분위기속에 열린 CMIT/CIME회의가 예상과 달리 성공적으로 끝난 배경에 대해 한국이 모종의 양보안을 냈다는 추측도 무성하다.
이제 정부는 OECD가입을 이끌어낸 협상안과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그래야 정부가 「정치적 과시」가 아닌 실익을 위해 가입했다는 것을 국민과 기업이 납득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훈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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