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밑으로 … OPEC는 돌연 감산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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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다섯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10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3.83 달러 하락한 배럴당 99.61달러를 기록했다. 4월 초 100달러를 넘어선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이날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9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3.08 달러 내린 103.26 달러에 마감됐다.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단기적으론 허리케인 아이크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하락 원인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다. 미국·유럽·일본·중국의 세계 4대 경제권 경기가 일제히 가라앉으면서 석유 수요가 급속히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유가를 끌어올렸던 투기 세력이 매도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7월 14일 이후 지난 2일까지 상품지수 투자자들이 390억 달러어치의 선물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원유 시장의 인위적 가격 조작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받아온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선물시장 딜러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자료가 공개될 경우 노출을 꺼리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커져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회의(OPEC)가 예상을 깨고 사실상 감산을 결의함에 따라 본격적인 유가 하락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OPEC가 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장관회의에서 하루 생산량을 52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회원국 생산 쿼터에는 변화가 없지만 쿼터를 넘긴 초과 생산으로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OPEC의 생산 쿼터는 총 2880만 배럴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52만 배럴을 더 생산했다. 블룸버그는 “감산 합의 후 뉴욕 상업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WTI 가격이 배럴당 1.41달러 올랐다”고 전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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