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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비·대장금에 열광 … 한국 혐오 오래가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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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한 중국인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올림픽 방송 앵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응원단이 똘똘 뭉쳐 자국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 응원단이 반사적으로 상대팀을 응원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의 인기 앵커인 판샤오리(27·사진)의 말이다. 판 앵커는 SMG 산하 영어 채널 ICS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SMG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13개의 TV 채널과 12개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청자·청취자가 1억 명을 넘는다.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의 공동 주최로 최근 서울에서 열렸던 중앙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판 앵커는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면 민족주의 성향을 곧잘 드러내곤 하다”며 “이는 국가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으나 지나치면 다른 나라에서 일부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중 일부 중국 관중이 한국팀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금세 사라질 성질의 것”이라며 “일부의 과민 반응이 이웃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중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이 일부 드러났지만, 한국에 호감을 품은 중국인도 많다”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한국 드라마 ‘대장금’과 가수 비에 그렇게 열광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중국 110m 허들 영웅 류샹(劉翔)의 쓸쓸한 퇴장을 들었다. 인기 스타였던 류는 나이키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 대기업의 모델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부상으로 경기에서 뛰지 못하자 중국 언론은 곧바로 외면했다. 광고에서도 사라졌다. 판 앵커는 “류에 대한 중국 여론이 급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판 앵커의 포부는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그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문화와 예술은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전통 사상은 개인을 중시하면서도 집단의 이익을 내세워 조화로운 사회를 꿈꿨다”라며 “지구온난화나 세계화 등 우리 세대가 직면한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판 앵커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때 교환 학생이나 장학생으로 호주·영국·캐나다에서 공부하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를 따라 2년간 일본에서 공부해 일어도 유창하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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