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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500통 모은 '장지연 서간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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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위암(韋庵) 장지연(1864~1921)선생이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 1504통을 모은 '위암 장지연 서간집'(전3권)이 출간됐다. 위암은 1905년 을사조약을 개탄하는 논설 '이날을 목놓아 통곡하노라(是日也放聲大哭)'를 '황성신문'에 실은 것으로 유명한 구한말의 대표적 언론인이자 애국계몽사상가. 직접 쓴 편지는 71통이고, 나머지 1433통은 받은 것. 당시 지식.문화계 명사가 망라돼 있다.

위암의 증손인 장재수씨가 소장해 왔던 편지들을 '위암 장지연 선생 기념사업회'(회장 김창열)가 2년간의 작업 끝에 펴냈다.

이미 출간된 '장지연전서'(전10권,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1989년)와 짝을 이뤄 위암의 생애와 생각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게 한 자료다.

언론인 남궁억.류근.남궁훈, 유학자 김택영.안효제, 명필 오세창, 화백 김규진.김응원, 근대의술을 도입한 지석영, 국학자 이능화.안확, 정치가 박영효.민영소.조희연, 소설가 이인직, 계몽운동가 신규식.윤효정, 대종교 전무(典務) 윤묵 등이 위암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해제를 쓴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는 편지를 세 종류로 분류했다. 첫째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선 곤궁한 집안 살림과 자식들의 건강.교육을 걱정하고 있다.

둘째는 '황성신문' 등 언론계 인사들과의 교류로, 재정이 열악한 가운데 구국 계몽운동을 이끌어 가던 우국충정이 느껴진다.

마지막 세번째 부류인 문화계 인사들과의 교류가 흥미롭다. 편지글이기에 가능했을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혼란스러웠던 사회의 속살을 엿보게 한다. 예컨대 오세창은 책을 잘 돌려받았다며 "빌려준 책을 채근하지 않았는데도 돌려받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썼으며, 김규진은 자신의 그림에 써넣을 시 한 수를 청하고 있다. 지석영은 "귀중한 서적을 보내니 신문에 게재해 달라"고 했고, 박영효는 축사가 필요하다며 "나는 글이 짧으니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서간집은 행서와 초서로 된 원문의 도판과 이를 보기 쉬운 한자로 푼 '탈초문(脫草文)', 실린 편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으로 구성됐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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