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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 대선] 매케인의 ‘페일린 효과’ 11월 투표장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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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선이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보다 8%포인트 앞서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뒤집힌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미 대선(11월 4일)이 아직 두 달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8일 미 대선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7대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①페일린 효과 지속되나:세라 페일린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매케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페일린은 아직 언론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페일린은 유세에서 프롬프터로 매케인 진영이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기자회견을 멀리하고 있다.


페일린은 이번 주말 처음으로 ABC방송과 인터뷰한다. 인터뷰에 대비해 매케인과 친한 조 리버먼(무소속) 상원의원이 페일린의 외교 정책 코치가 됐다. 페일린이 이라크 전쟁이나 그루지야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지 의문이다. 그가 실언할 경우 페일린 효과는 빛이 바랠 수 있다. 일부 공화당 선거 전략가들은 “페일린의 인기는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②바이든, 성차별 덫에 걸리나:페일린의 가장 큰 시험은 다음달 2일 부통령 후보 토론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토론에서 페일린이 경험 없는 아마추어이며, 부통령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공세가 지나치면 여성 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살 수 있다.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맞섰던 공화당의 릭 라지오는 TV토론에서 힐러리가 정치인으로는 경험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가 성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낙선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마이클 프랭크 연구원은 “오바마 진영은 바이든에게 성차별적 언사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힐러리, 오바마에게 도움 될까:오바마는 페일린 효과를 차단하고 백인 노동자 지지를 얻기 위해 힐러리의 도움이 절실하다. 오바마 진영은 미 전역에서 힐러리를 등장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힐러리는 오바마의 뜻에 맞춰 유세하지는 않을 것 같다. 힐러리 측근에 따르면 힐러리는 ‘페일린을 물어뜯는 개(Palin attack dog)’가 되기를 거부했다. 또 힐러리는 오바마 지원 유세를 민주당 경선에서 진 빚(2000만 달러 이상)을 갚는 데 활용하려 할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를 얼마나 지원하느냐도 관심거리다.

④대통령 후보 토론의 승자는:이달 26일, 다음달 7일과 15일.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후보 토론이 예정돼 있다. 매케인과 오바마가 접전하고 있어 토론 결과는 대선 승패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은 소규모 모임에서, 오바마는 대규모 집회에서 강점이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토론에서는 실언하는 등 약점을 노출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제프리 폴락은 “토론이 대선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⑤경제 부진, 오바마에게 득인가:오바마는 경제 이슈에 대한 유권자 지지율에서 매케인을 11%포인트 앞선다. 특히 경합이 치열한 오하이오·네바다·플로리다·버지니아주에서는 15%포인트 앞선다. 매케인은 자유무역협정(FTA) 지지와 서민 주택금융의 미온적 지원, 거대 정유사 지지 등으로 경합주에서는 인기가 낮다. 오바마의 문제는 이런 우위를 활용해 매케인에 대한 전반적 우위로 이어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매케인은 지도자 자질 부족을 거론하며 오바마의 경제 우위를 희석시키고 있다. 게다가 “경제에 대한 불만으로 노동자들이 신과 총에 의존하는 각박한(bitter) 성품을 갖게 됐다”는 오바마의 실언은 공화당의 좋은 공격거리다.

⑥제레미아 라이트 목사 부활하나:오바마의 전 담임목사 라이트는 백인을 증오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에게 큰 부담이 됐다. 그후 라이트는 이슈가 되지 않았으나 매케인 진영이 오바마와 라이트의 오랜 관계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백인 노동자층의 표를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⑦다혈질 매케인 폭발하나:매케인은 그동안 의정 활동에서 수차례 화를 내 ‘활화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케인은 피곤할 때 화를 참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민주당의 한 선거전략가는 “매케인의 고령(72세)과 다혈질 문제를 효과적으로 거론할 경우 오바마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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