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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훈풍 하루 ‘약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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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하루 만에 다시 흔들렸다. 급등했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뚝 떨어졌던 환율도 다시 올랐다. ‘채권발 9월 위기설’은 잦아들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탓에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9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2.15포인트(1.5%) 내린 1454.5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발표로 전날 코스피지수가 급등(72.27포인트)하고, 이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올랐지만(2.58%) 약발이 지속되진 못했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은 주가의 하락보다는 환율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9.9원 오른 1101.3원으로 마감했다. 8월 29일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 동안 하루 평균 19.8원 올랐던 환율은 이후 3일 동안 하루 평균 22.4원 내렸고, 이날 또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센터장은 “9월 위기설 이후 환율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돼버렸다”며 “등락 자체보다는 하루 등락폭이 지나치다는 점이 주식시장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이자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이다. 또 해외펀드의 달러 수요가 급증한 것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런던·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이날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이 지속되길 희망한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권우현 과장은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가 나왔다”며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은 더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해외 변수를 어찌할 수 없다면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해 정확한 데이터를 계속 제공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율이 휙휙 오르내리면서 달러를 쓰려는 가계나 기업도 허둥대고 있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이종면 팀장은 “환율의 급등락이 반복되자 필요한 달러를 언제 사야 하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필요한 자금을 조금씩 나눠서 사는 것 이외엔 단기 대책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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