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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미스트랄賞 수상 계기 페루 리마서 한국문학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4월26일 칠레정부는 박경리(朴景利)씨의 대하소설 『토지』에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상 훈장을 수여했다.미스트랄은 칠레 태생의 중남미문학의 대모로 4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를 기념하는 상이 박씨에게 돌아올 정도로 중남미 에 한국문학바람이 불고있다.
남미 동양학 연구의 중심대학인 페루 리마의 폰티피시아 가톨릭대학은 최근 김주영씨의 장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와 정현종.황지우.김혜순.최승자씨의 공동시선집 『한국시 4인선』을 펴냈다.이 책이 나오자마자 유력지 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스컴들은 『중국이나 일본문학만 알려진 우리에게 사회비판과 심오한 정신세계를 다룬 한국문학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며 한국문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와 때맞춰 폰티시피아 가톨릭대학에서 27,28일 한국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문예진흥원.우경문화재단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지원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측에서 문학평론가 김병익.박혜경,소설가 김주영.김원우.신경숙,시인 최승자.김 혜순.황지우,그리고 고혜선(단국대).송재소(성균관대).김명자(숙명여대)교수와 페루측에서는 에두아르도 홉킨스.귀레모 다니노등 이 대학 동양학연구소 교수들이 참석,주제발표와 작품낭송을 했다.
이 세미나에서 김병익씨는 「한국사회의 변화와 그 문학적 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김씨는 『한국 현대사의 왜곡된 현상을 개혁하려는 작가들의치열한 의식을 통해 한국문학은 역동성을 띠게 됐 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문민정부 들어 사회와 문학의 긴장관계가 사라지고 문학이 대중화.소비화 경향을 띠고 있다』며 때문에 『문학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다시한번 요구하고 있다』고 한국문학의 현상황을 전했다.
김원우씨는 「한국사회의 특수성과 작가의 주제의식」이란 주제발표에서 『모진 역사의 질곡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한민족의 삶과 정신에 대한 지형도가 바로 한국문학』이라고 밝혔다.민족의 삶과 이상이 밀착된 한국문학은 『사상과 감정을 자 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의 우수성에 힘입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박혜경씨는 「한국의 문학제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한국문단의 등단 절차,문학상 운영실태,문학과 언론의 관계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고혜선씨는 「중남미 문학과 한국」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에서의 중남미문학 수용양상을 설명했다.『파블로 네루다.가르시아 마르케스.옥타비오 파스등 중남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모두 번역소개될 정도로 한국에서는 그들의 노벨문학 상 수상이 중남미 문학으로 관심을 증폭시키게 했다』고 전했다.또 고씨는 『중남미 작가들의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90년대 들어 포스트모더니즘과 맞물리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홉킨스.다니노등 현지의 한국문학 연구가들은 『같은 제3세계로 왜곡된 역사와 현실을 경험한 중남미에서 한국문학은 그 사회적 비판의식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중남미 문학은 과거의 전통,즉 콜럼버스가 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인디언의 샤머니즘을 원용,독자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을 개발한반면 한국문학의 기법은 그대로 서구기법을 차용한 듯하다』고 평했다.
리마(페루)=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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