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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우리경제 위기인가... 구조적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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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경제,무엇이 문제인가.최근들어 갑자기 제기되고 있는 경제위기론의 실체와 그 대응책은 무엇인가를 놓고 28일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가졌다.이날 좌담회는 한덕수(韓德洙)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김중웅(金重雄)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임동승 (林東昇)삼성증권사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사 강위석(姜偉錫)논설고문 사회로 진행됐다.『단기적인 대증요법을 경계하고 경쟁력약화 문제에 구조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좌담회의 처방전이다.
*좌담회 참석자 ▶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임동승 삼성증권사장 ▶한덕수 通産部 통상무역실장 ▶사회:강위석 본사논설고문 ▶강위석 논설고문=최근 우리 경제상황을 놓고 위기다,아니다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과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임동승 사장=경기가 하강국면일뿐 큰 문제는 없어요.평균 9%나 되는 지난 2년간의 성장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지,사실은 5~6% 성장만 돼도 괜찮은 수준입니다.지난해 수출증가율 30%도 엔고라는 특수요인에 따른 것이죠.
다만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제수지 적자입니다.지표상으로 나타난 경기강하,수출부진과 늘어나는 국제수지 적자,그리고 이를 반영한 주가하락이 위기론의 실체입니다.
▶김중웅 원장=갑자기 위기다,아니다 호들갑을 떠는 것이 이상하지요.거시경제지표의 하강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나 무관심하게 다뤄온 측면이 있습니다.예컨대 올초 정부의 정책계획에는 국제수지 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었어요.지금 경기는 지난 해 경기지표가 너무 높았던데 따른 상대적 하강국면이라는데 공감합니다.체감적인 경기하강에 정부가 정책을 갑자기 수정하니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점이 문제입니다.우리 경제를 평균적인 경제지표로만진단하지 말고 내부를 들여다봐야 합니 다.
▶한덕수 실장=경제여건은 별로 달라진게 없는데도 위기론이 팽배해지고 있어요.국제수지 문제가 심각합니다만 따지고 보면 수출주력상품인 반도체 때문이죠.값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수출 예상량이 50억~60억달러나 줄어들고 있으니까요.여행수 지 적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가 안될때 다른 부문에서 보완해줄 수있는 탄력성이우리 경제에 부족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의 경제구조가 소비.내수 중심으로 가는 것도 우려됩니다.올해는 특히 노사문제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강=경기 자체가 나빠지는 건지,아니면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지 냉철히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반도체.석유화학.철강.조선등 우리의 수출주력업종이 동시에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의 근본 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어째서 주가가 급락하는등 불안감이 확산되고있을까요.
▶김=경쟁력은 내부적인 요소고,경기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요인으로 경쟁력에 영향을 줍니다.우리는 수출이 엔고 여부에 좌우되고 자동차.조선.석유화학등 몇가지 품목에 집중되다 보니 수출품 값이 내리면 문제가 터집니다.이것이 우리 경쟁력의실체지요.
또 한가지 정부정책의 중심이 없다는 겁니다.물가.성장.국제수지는 대개 상충관계에 있는데 정부가 물가를 1순위로 두니 거시경제에 무리가 생겼죠.외환시장 개방이후 외국돈이 밀려드니 물가.통화 압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환율을 억누르고 돈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그러나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발빠른 「핫머니」고 나가는 것은 금방 돌아오기 어려운 돈이에요.나중에 문제가 생깁니다.좋건싫건 수출을 계속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최근 수출에 신경을 안썼죠.
금리가 연초에 안정됐을때 경쟁국 수준까지 내리도록 금리.통화정책을 일관되게 밀고가야 했어요.금리가 내렸다가 갑자기 오르니자본시장이 흔들리고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물가보다는 국제수지 적자가 불안심리의 핵심입니다.수출만보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우등생입니다.수입이 문제죠.자본재 국산화가 미흡한 우리의 경쟁력에 구멍이 있기도 하지만 환율때문에 수입이 느는 측면도 강합니다.우리 돈값이 높으니 까요.우리 돈값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해외여행가고 외국서 소비도 많아지는 겁니다.선진국 사람도 우리만큼 헤프게 쓰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지난해보다 30% 절하됐는데 우리돈은겨우 5% 절하됐습니다.25%포인트의 갭이 있어요.5% 절하갖고 물가걱정을 앞세우니 정책혼선이 생기잖아요.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경상수지와 금리,두가지는 충분히 정책적으로 조정 가능한 것이니 정부가 잡아줘야 합니다.
▶한=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는 역시 경쟁력 강화입니다.안정이 우선이라는 정부정책 방향은 분명합니다.환율이 아무리 절하돼도 물가가 오르면 효과는 금방 사라집니다.환율도 그래요.시장 움직임을 받아들여야죠.적자가 나는데도 환율인상이 잘 안되는건 우리외환시장의 개방때문입니다.지금처럼 외국돈이 밀려들어오면 우리도해외에 생산적인 투자를 해야합니다.대만은 흑자가 커지자 특별법을 만들어 해외투자를 했어요.
▶강=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요즘은 우리 경제를 외채.
환율문제로 파산위기까지 간 94년 멕시코상황과 비교하곤 합니다.비슷하다고 보십니까.
***外債 큰 부담 될수도 ▶김=국제수지 적자가 한해 1백억달러에 이르는 나라는 몇 안됩니다.정부는 늘 우리의 수출여력이나 경제규모를 들어 괜찮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외채가 늘어나면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안좋을때 곤란을 당할 수있어요.국내사정이 나빠 외국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외채 1천억달러면 이자가 얼마입니까.국제수지가 흑자전환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거의 없으니 금리.환율이 당연히 조정되는것아닐까요.
▶한=우리와 멕시코는 비교대상이 될 수없습니다.우리는 반도체.자동차.조선산업이 있고 장기차관을 주겠다는 나라가 줄을 서있으니까요.멕시코는 그게 안돼 단기차입으로 메우다 그꼴을 당했습니다.총외채가 7백80억달러지만 대외자산도 6백2 0억달러나 되니 순외채는 1백60억달러밖에 되지 않아요.국제수지 적자규모도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강=설비투자가 올해 1.4분기에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여러번 얘기했지만 우리 경제가 위기는 아닙니다.그러나 국제수지는 심각한 면이 있습니다.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이 위기가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이에대한 단기적인 대응책은 없다고봅니다.장기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환율을 절하하고 금리를 하향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지난해 많이 이루어졌고,투자사이클에따라 줄어들 수도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국제수지에 있으니 안정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제수지 방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물가문제도 국제수지와 관련해 생각해야 합니다.경제지표는 겉으로는 훌륭합니다.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94년도 저축률이 33%에서 지난해에는 29.8%로 떨어졌습니다.저축률이 떨어지면 외채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강=현재 성장률에 대해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데는 모두공감하고 있는 것같습니다.그러나 1.4분기에 설비투자가 줄어든게 경기에 대응한 단기적인 현상인지,장기적인 문제인지 하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것같은데요.
▶임=경기순환적인 측면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지난해 투자가 많았고,정상적인 기업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 기업의 고비용구조와 기업에 대한 간섭이 너무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고비용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는데 이때문에 공동화현상이 나타나고 경제지표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있느냐가 문 제입니다.
▶한=국제수지적자 개선노력은 계속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걱정은 되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봅니다.설비투자문제도 자동차나 철강.반도체 모두 세계적으로 과잉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여건을 고려해 이해해야할 것입니다.반도체의 경우 현 재 세계적으로 5~10%가량 과잉생산 상태라 가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수출물량은 지난해의 2배나 되는데 말입니다.기업들도 구조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신중함을 발휘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노사문제라고 생각합니다.기업의 혁신등 경영결정사항은 노사관계가 바탕이 되는 것인데,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생산성은 10%정도 향상되는데 비해 임금은 15%가량 올라 생산성을 앞지르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기준으 로 비교할 때도 일본보다 인건비가 더많이 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문제입니다.안정화시키고 임금상승을 자제시킬 수있는 제도가 산업의 불투명성을 없애는데 필요하고, 정책도 이에 역점을 두어야할 것입니다.
▶강=물류비가 미국의 2배나 드는등 임금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비용이 많아지니까 받는게 별로 많지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같습니다.이런 현상이 바로 우리사회가 위기점에 도달했음을 나타내주는 현상들이라고 볼수는 없는 지요.
***과소비 심각한 수준 ▶임=물류비용은 오래전부터 심각성을인식,지금도 사회간접자본(SOC)에 많은 투자를 하고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고,국민의 소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우리 국민처럼 외식과 놀러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같습니다.이것이 결국은 더많은 임금을 요구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고임금이 오는 것입니다.왜냐하면 노동자들과 싸우기 싫으니까 그런거죠.경영자측에서안이하게 대처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생산성향상보다 임금상승이앞서는 것입니다.
▶한=정부로서는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을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갖고 신축적인 대응을 해나갈 계획입니다.금융기관간의 경쟁,기술력있는 인재교육,SOC,공장용지 배분문제등 많은 것을 생각하고있습니다.
▶강=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이재훈.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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