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지방자치1년>4.시급한 지방분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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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의 지방자치는 축구선수들에게 양복을 입혀놓고 뛰라는 것과 다름없다.』 민선시장이 된뒤 중앙정부와 여러 마찰을 겪은 신창현(申昌賢)의왕시장의 소감이다.그는 『단체장만 주민 손으로뽑았을뿐 법과 제도는 중앙정부가 만들어 놓은 「관선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데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는 이런 예를 들었다.지역경제 활성화를위해서는 재정.금융에 관한 기능이 필요하나 자치단체장이 이 분야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지방상공회의소에 자치단체가 관여할 수 있는여지가 거의 없으며 기업을 관내에 유치하려 해도 지방세 감면등인센티브를 줄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 현상들은 결국 자치시대가 됐어도 지방분권화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전문가들은 일본이 지난해 「지방분권법」을 마련했듯이 우리도 지금부터 분권촉진을 위한 제도정비를 해야 제대로 된 자치가 될 수 있다고 강 조한다.
▶자치입법권=고려대 이승종(李勝鍾)교수는 『현재 자치조례와 규칙은 중앙정부 「법령의 범위안」에서만 만들수 있게 제한돼 지역실정에 맞는 입법이 어렵다』며 『일본처럼 「위법이 아닌한」 지방의회가 조례를 의결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경실련 소속인 인하대 이기우(李琦雨)교수는 또 『「지방자치단체협의회」를 법적 기구로 만들어 국회에 대한 법률안 제출권,지방과 관련된 법안에 대한 의견제시권을 인정하는등 국가의 입법과정에 자치단체를 참여시키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제 안했다.
▶자치행정권=민선체제가 출범했어도 국가와 지방간의 사무배분은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총무처의 올 3월 분석에 따르면 나라 전체의 사무중 74%가 국가사무이고 지방이 수행하는 사무는 26%(그중 8%는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에 불과하다 .

<그림참조> 이의근지사는 『행정은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사를 반영하며 주민의 감시속에서 수행돼야 한다는 지방자치의 원칙에 비춰볼때 중앙과 지방간 권한.사무의 재배분은 분권화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자치재정권=이승종교수는 『자치단체의 재정력이 너무 취약하므로 중앙정부 세원의 지방이양,지방세율의 소폭조정 허용,지방채 발행때 내무부 승인요건의 완화등이 요청된다』고 지적한다.
권문용(權文勇)서울강남구청장은 또 『전체 세금중 지방세의 비중이 우리는 21.9%(그림)인데 비해 일본만해도 36.9%,미국은 46%인 점에 비춰 지방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지방예산 편성의 자율성 확보에 장애가 되는 내무부 의 지방예산편성 지침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조직권=민선체제이후 내무부는 지방행정조직의 개편에 자율을 상당히 부여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제한이 많다는게 지방의 목소리다. 서울시 도명정(都明正)기획관리실장은 『내무부가 총 정원을 통제해 공무원수가 절대 부족하고 과(課)이상 조직은 총수관리제도가 있어 과장직 하나 늘리려해도 내무부 승인이 필요할 정도로 제한이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다.다만 「인력=돈」 이어서 일정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철저한 분권만이 선(善)은 아니며 중앙정부가 재정.기술등 지원에 있어 인센티브제를 운영하는등 합리적 국가목표에는 자치단체가 따라오도록 하는 비(非)권력적 통제는 앞으로도 필요하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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