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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김정일’ 옆 두 남자 김정철·김정남 누가 권력 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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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9일로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는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 체제의 변수는 후계 체제에 달려 있다고 본다. 경제난 해결, 대외적 안전 보장, 지배 체제 유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북한이 어떻게 잡을지와 후계 구도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 논의 중단을 지시한 후 최근까지 북한에선 이 문제에 대한 거론 자체가 철저하게 차단됐다는 게 고위 탈북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그러나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한 2012년에 김정일(66) 국방위원장이 70세가 된다는 점에서 2012년을 전후해 북한의 이른바 ‘혁명 위업 계승’이 구체화될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기동 국가전략문제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강성대국 진입과 맞물려 권력 계승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의 후계 구도 전망을 전문가들을 통해 진단한다.

◆차남 김정철 적자론=차남 김정철(27)은 1993∼98년 스위스 베른국제학교에서 유학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철 유력설엔 ‘백두의 혁명 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김정철이 사실상의 적자라는 주장이 자리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장남 김정남의 생모는 북한 주민들에도 잘 알려진 영화배우 출신인 성혜림으로 이미 월북 문인인 이기영의 장남과 결혼했던 유부녀였다”고 지적했다. 봉건적 전통이 다분한 북한 사회에서 후계자 자격에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사망 때까지 대부분 해외 체류한 성혜림과는 달리 김정철의 생모 고영희는 북한 내부에서 자신의 아들들(김정철·김정운)을 위해 정치적 기반 확보에 주력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2002년 군에서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니’로 부상시켰던 시도가 대표적이다.

김정철의 후견 그룹으론 이제강·이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 거론된다. 정 실장은 “김정철은 베른학교 시절 미국 시카고 불스 농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2006년엔 독일의 에릭 클랩튼 공연장에 나타나는 등 서구 문화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접해 대미 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달 4일부터 정권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15만 명 수용 능력의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예술공연 ‘아리랑’을 공연 중이다. 10월 중순까지 열리는‘아리랑’은 베이징 올림픽 공연에 참가한 인원(1만3000여 명)의 8배에 달하는 10만여 명이 동원된다. [평양=정용수 기자]


◆김경희·장성택의 김정남 지원설=장남 김정남(37)의 기반 역시 여전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62)와 한 차례 실각하고도 2006년 다시 권력 핵심부로 복귀한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62) 노동당 행정부장이 김정남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등에 체류하는 김정남이 수시로 평양의 고모(김경희)와 전화 연락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며 “고영희는 2004년 사망한 반면 김경희는 여전히 권력 핵심부에서 지원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위원, 정 실장 모두 ‘김경희·장성택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정남’ 대 ‘고영희·이제강의 후광을 업고 있는 김정철’의 권력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백 연구위원은 “향후 5년 내 후계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김정남이 정점에 서고 이를 장성택 그룹이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교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정남이 후계 경쟁에서 완전 탈락했다는 추측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 탈북 소식통은 “2002년 고영희 우상화 작업을 주도했던 정하철 당 비서가 김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숙청됐다”고 말해 김정철 후계자 옹립설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남으로 권력이 승계될 경우 김정남이 주로 중국을 근거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대중 관계 강화 가능성을 관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각의 장성택 후계론엔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기동 실장은 “장 행정부장은 김 국방위원장과 같은 연배인 데다 한 차례 권부에서 쫓겨났던 이력 때문에 자신이 나서는 후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무시 못 해=이교덕 선임연구위원은 “김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할 경우 그의 사후 집단지도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인자가 없는 북한의 권력 구조에선 김 국방위원장 사후 한 명이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권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근거다. 일각에선 후계 논의 자체가 권력 누수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양성을 막판까지 피하면서 충성 경쟁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밖에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들들이 향후 북한 체제를 맡기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김 국방위원장이 군부 출신에서 제3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채병건 기자, 사진=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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