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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공영관광지 안전관리‘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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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하멜상선기념관은 철제 계단 일부가 심하게 녹이 슬었지만 테이프만 감긴채 방치돼 있다. [프리랜서 김영학]


이모(42·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지난달 말 휴가를 받아 제주로 가족여행을 다녀갔다.

부모의 팔순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간 오랜만의 가족여행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제주여행의 소감을 묻자 그는 “솔직히 어이없고 의아스러웠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관광지 곳곳에서 겪은 경험 때문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에 있는 하멜상선기념관에선 배 위에 오르는 계단을 따라 걷다 딸(6)이 실족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귀포시의 대표적 해안절경인 ‘외돌개’에선 어렵사리 화장실을 찾았지만 악취에다 시설도 낡아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는 관광지 곳곳을 둘러보면서 “엉터리 외국어표기는 물론이고, 아예 외국인을 위한 안내는 찾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며 “국제관광지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구석이 많다”며 답답해 했다.

제주도가 운영하고 있는 공영관광지의 대부분이 외국어 관광안내 및 안전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 제주권 협력단의 점검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제주권협력단은 5~6월 전문가를 위촉해 제주도 내 공영관광지 11곳을 대상으로 관광안내, 교통·안전관리 체계, 화장실 등 3개 분야 23개 항목을 점검했다.

이에 따르면 관광안내 분야는 5점 만점에서 평균 3.2점으로 조사돼 보통 수준을 조금 웃돌았다.

‘문화관광해설사 보유현황’은 3.6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외국어 홍보물 비치상태’는 2.5점으로 가장 낮게 평가됐다.

특히 서귀포시 용머리해안의 하멜상선기념관과 외돌개 해안은 외국어 관광홍보물이 전혀 없었다.

교통·안전관리 분야에서는 ‘주차요금의 적정성’과 ‘버스 이용편의성’, ‘택시 이용편의성 및 미터기 준수’ 등에서 평점 3.6~4.3점으로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해안절벽을 낀 ‘외돌개’는 위험지역에 대한 경고문이 눈에 띄지 않았고, 정방폭포는 낙석이 우려되는 곳에 그물망을 추가 설치해야 하는 등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화장실 분야는 ‘기본시설 비치수준’과 ‘화장실 규모’, 환경미화 수준’, ‘화장실 이용편의성’ 등 평점 3.5~3.8점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외돌개는 청결관리 상태가 나빴고, 깨진 유리창과 망가진 문고리가 방치되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관광공사는 이밖에 제주해녀박물관의 경우 해녀체험용 일부 기계시설의 수리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강성진 제주도 문화진흥본부장은 “문제점이 드러난 곳은 빠른 시일내 정비하고, 안전·편의시설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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