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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내일은 ‘귀의 날’ 볼륨을 낮추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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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랑의 대화와 천상의 화음, 스산한 바람 소리와 위험을 알리는 경적…. 소리는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소리의 단절은 세상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대의 기기 문명은 소음을 양산해 난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귀의 날(9월 9일)’을 맞아 청력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묘책을 찾아본다.

◆신생아기 청력검사가 첫 걸음=유전과 태아기 질병은 태어날 때부터 난청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선천성 난청 상태에서 출생하는 신생아는 매년 500명 정도로 추정한다. 따라서 미숙아·저 (低) 체중·저산소증·선천성 감염·선천성 두뇌 기형·청력 장애 가족 등 고위험군 아기는 출생 후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청력 장애를 방치하다 두 돌이 넘어 병원을 찾으면 언어발달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지능 발달에도 지장을 받는다.

◆영·유아기 땐 중이염 치료를=최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0년간 병원을 찾은 난청 환자 1만3018명 중 10세 미만 어린이는 14.6%라고 발표했다. <그래프 참조>

이 시기 난청의 주범은 중이염이다. 어릴수록 이관(耳管)이 짧고, 넓고, 직선 모양을 해 코와 목의 분비물이 쉽게 중이로 넘어간다. 이로 인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어린이 급성 중이염은 6~36개월에 빈발하는데 특히 첫 돌 전에 앓으면 재발도 잦고 만성화도 잘 된다. 세 돌 이전에 중이염을 앓지 않은 어린이는 30%에 불과하다. 또 세 명 중 한 명은 세 번 이상 앓을 정도. 급성 중이염은 10~14일간 항생제 치료로 대부분 낫는다. 하지만 때론 고막 절개 후 환기관 삽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만일 급성중이염 치료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하면 만성 중이염이나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해 난청으로 이어지기 쉽다. 난청 어린이는 청각을 통한 각종 자극과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언어·인지 능력은 물론 감정 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따라서 중이염은 치료가 됐다 싶어도 반드시 이경(耳鏡)으로 고막이 정상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청장년기 땐 소음 피해 줄여야=소음이 초래하는 청(聽)신경 손상은 개인 차가 크다. 실제 대포 소리를 비롯, 120dB 이상의 굉음은 단 한번 노출로도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큰 소리에 오래 노출되면 누구나 청력이 상하는데 통상 90dB(데시벨)에서 8시간, 95dB에서 4시간, 100dB에서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난청 위험이 높다.

따라서 대로변 상인, 대형 트럭 운전사, 공사장에서 드릴 뚫는 사람, 징을 계속 쳐대는 사물놀이패 종사자 등 일상이 소음에 노출된 사람은 작업시 귀마개 착용 등 적극적으로 난청 위험을 줄여야 한다. 보통 사람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댄스 음악만 크게 들어도 소음성 난청이 초래된다는 점을 인식하자. 따라서 자동차 경적, 비행기 이착륙 등 큰 소리가 날 땐 즉시 귀를 막는다. 휴대전화는 귀걸이형보다 귀마개형 이어폰을 착용해 주변 소음을 차단할 것. 운전할 때도 도심지에선 창문을 닫는 게 좋다. 또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1시간 감상 후엔 10분간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한다.

◆노인성 난청 땐 맞춤 보청기 착용해야= 노인성 난청은 65~75세 때 25~40%, 75세 이상에선 38~70%일 정도로 흔하다. 청각 신경 노화와 유전적 소인이 맞물려 발생한다. 병 초기엔 고주파(2000Hz 이상)의 스·츠·프·트·크 등 자음 구별이 힘들지만 차츰 전반적인 말소리 구별이 힘들어진다.

난청에 걸린 노인은 사회생활은 물론 가족 간 의사소통도 힘들어져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신경질적 반응, 소화불량, 피로감 등에 시달리기 쉽다. 따라서 노인의 말소리가 커졌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반복 질문할 때, 엉뚱한 대답을 할 경우엔 즉시 난청 검사를 해 고주파를 증폭시키는 맞춤형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보청기를 잘못 착용하면 말소리는 안 들리고 소음만 크게 들려 고막 통증까지 생긴다.

노인성 난청 조기 발견을 위해선 55세 이후 매년 청력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중앙포토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원호 교수,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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