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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국의역군들>4.이화여대 김성진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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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체 윤활제는 없을까?」 「상온초전도체는 어떤 메커니즘으로이뤄질까?」 「좀 더 성능이 좋은 광통신 소재를 만들고 싶은데….」 21세기형 연금술사 김성진(金星진.38.이화여대 화학과교수)박사가 끊임없이 꾸는 꿈의 소재다.
『반도체 개발로 20세기 후반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했던것처럼 다음 세기는 초전도체.자기부상열차.고품위통신 등에 쓰일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변화의 핵심이겠죠.이런 변화를 주도할 무기(無機)고체물질 연구가 저의 관심분야입니다.』 아담한 체구에나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자신의 연구분야를 설명하는 金교수의모습은 당차다.
그의 실험실은 여느 화학실험실과는 다르다.물성을 파악할 3만볼트의 X선 회절기가 설치된 방과 광학적 특성을 규명할 라만 스펙트로스코피실 밖에는 위험표지판이 붙어있다.
물리와 화학의 점이적(漸移的)위치인 고체화학 분야에서 그의 업적을 살피려면 국제학술지를 보는 것이 순서다.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화학학술지 96년 6월호에는 「요드(I)가 삽입된 플러렌(C60)내의 전자 주고받기」에 관한 金교수의 논문이 실려 있다.94년 초전도체용 재료로의 타당성 연구를 위해 섭씨 3천도의 높은 온도에서 탄광 마스크까지 쓰고 만들었던 이 물질은 예상과 달리 초전도체용재료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이로써 초전도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더욱 환상적인 것은 ACS학술지 다음달호에 게재할 예정인 논문 .
그가 가장 최근에 만든 「알칼리메탈 희토류 셀레늄 화합물 시리즈」로 4가지 형태의 합성 신물질에 관한 합성 및 물성연구다. 다공성(多孔性)물질로 흡착성이 뛰어나 자동차 오염물질 제거용 촉매장치 등 각종 촉매재,또는 적외선차단 창문재로 쓸 수 있는 소재다.ACS측은 원문 그대로 게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내년 2월까지를 목표로 金교수는 또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추진하고 있다.「고체 윤활제로서의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합성및 물성 연구」.판상(板狀)구조를 갖는 이 물질은 분자판이 한켜한켜 쌓여 있어 표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윤활 제없이 마찰부분용 소재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대 화학과 출신인 그는 89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잠시 에임즈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가 90년초 모교로 돌아왔다.
한창 연구에 빠졌을 때는 밤12시가 지난 것도 모르고 퇴근하다가 정문.뒷문 다 잠겨 담넘어 귀가한 적도 있었노라며 스스로의 열정을 이야기하는 金교수도 연구비에 얘기가 미치면 갑자기 침울해진다.
『기기와 연구인력은 어느 정도 구비됐습니다.하지만 기초분야라해서 연구비 확보가 너무 어렵고,그것도 나눠먹기 식이니 한심하죠.』 능력있는 연구집단이 연구비를 타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지론이라는 金교수는 『우리 과의 경쟁상대는 세계 화학계』라고 서슴없이 말한다.경남대 기계설계과 한상보(韓尙甫.41)교수와의사이에 딸.아들 하나씩을 두고 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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