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다이어트 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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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황(麻黃)」이라는 이름의 늘푸른 관목(灌木)이 있다.50㎝안팎의 높이에 6~7월께 흰 꽃이 피는 이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북부와 몽고지방이다.주로 사막에서 서식한다.이 나무의 줄기는 모르핀.코카인.키니네 따위와 같이 알칼로이드 를 함유하고있어 한방(韓方)에서는 2천여년 전부터 약재(藥材)로 써오고 있다.백일해.오한.해열에 특효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턴가 이 마황이 「에페드라」라는 학명(學名)으로 미국의건강식품업계에 등장해 인기품목으로 떠올랐다.그 주성분인 에페드린의 각성효과 때문이다.마황에서 추출해낸 에페드린과 자연산 카페인을 섞어 만든 각성제가 의사의 처방도 없이 날개 돋친듯 팔린 것이다.다이어트효과.활력증진.환각상태경험 따위가 업자측이 광고에 내세우는 효과들이지만 「뚱보의 나라」인지라 다이어트효과를 노려 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이 각성제의 부작용은간기능장애.혈압상승.뇌졸중 등 무려 4백여가지에 달했다.다이어트용 차로 유럽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저맨더」나 「세나」같은 식물도 마찬가지다.FDA는 남용하지만 않으면 안전하다고 승인했지만 이 차를 상용한 끝에 사망한 사례까지 보고돼 있다.
미국 등 부자나라 사람들의 비만현상은 국민보건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체중줄이기.살빼기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제약업자나 식품업자들이 다이어트 약품과 식품개발에 골몰하는 것도 당 연하다.문제는 대개의 약품과 식품들이 신경안정제를 식욕억제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과식을 부추기는 두뇌 화학물질의 불균형을 치료하는데 신경안정제를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설혹 효과가 있다 해도 체질과 몸의 상태에 따라 사용해서는 안되거나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있 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의 다이어트식품 복용실태조사에서「효과 없다」는 응답이 72.3%,부작용 경험자가 40.3%나 됐다는 사실이 그 실상을 한마디로 대변한다.뚱보들은 다이어트식품의 과대광고에현혹되게 마련이지만 살빼기는커녕 자칫하다가는 건강 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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