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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이 더 위험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호 15면

새로 나온 책 가운데 ‘유기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라는 선정적인 카피가 박힌 띠지를 두른 것이 있어 얼른 집었다. 다 읽고 보니 화학자인 저자가 흔히 잘못 알기 쉬운 과학적 사실들을 짚은 책이었다. 제목인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를 책의 의도에 맞게 풀어 해석하자면 ‘모든 자연의 먹거리에는 독소가 있다’고나 할까.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하지만 출판사에서 저렇게 카피를 뽑았듯, 책에는 유기농 식품에 대한 반론이나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옹호론이 엿보인다. 굳이 이 책에 딴죽을 걸겠다는 생각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기농 식품과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짚으면 흔한 편견에 대해 잘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주장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유기농 식품은 값이 비싸 부자나 먹는다는 주장이다. 원서는 2001년에 출간됐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시작될 때도 이런 편견들은 그 노력에 따라 곧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된 바 있다. 유기농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농민은 수익에 따라 작법을 바꿀 것이며,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그 예상은 옳았다.

그런 변화는 요 몇 년 사이 극적으로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집 앞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 수퍼마켓이 있는데, 이곳의 비유기농 농산물 값과 생협의 유기농 농산물 값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생협의 유기농이 싼 것이 많다.

다음, 유기농 식품이 우리 몸에 더 좋다는 유의미한 증거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농약의 양이 평생을 먹어도 암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쥐를 통한 과학적 실험에서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합성비료와 농약·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힘을 받으며 자란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을 그것이 가진 일반적인 영양 분석, 즉 탄수화물과 섬유질의 비율 같은 것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이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과나 셀러리·복숭아 같은 것들은 특히 농약이 많이 남아 있는 작물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니까.

사과 같은 과일은 껍질에 특히 영양이 많다고 하는데, 아무런 걱정 없이 껍질째 씹을 수 있는 사과와 두껍게 껍질을 깎아 내야 농약 걱정을 덜 수 있는 사과 중 어느 것을 택할까? 우리 몸에 정말 필요한 영양분이 껍질에 많다면, 껍질을 깎아 내고 속 빈 사과를 두 개 먹는 것보다 껍질째 하나만 먹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유기농 식품이 먹는 사람 입장에서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다음주에 계속)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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