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400명 수화무용 펼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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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크레이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대회’ 성화 봉송 행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성화를 옮기고 있다. 크레이븐 위원장은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대회 때 휠체어 농구 영국 대표선수로 참가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6일 개막하는 제13회 베이징(北京)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이 첨단으로 무장됐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각종 설비가 즐비하다. 4일 열린 개막식 최종 리허설을 통해 보면 우선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청기가 객석 앞줄에 설치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객석에 설치된 보청기는 장내 방송뿐 아니라 장내에서 진행되는 공연 중 발생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된 최첨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판도 여름 올림픽보다 2배 이상 선명한 화면으로 대체됐다. 시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선수와 관중을 위한 배려다.

장애인 선수나 장애인 관중들이 통행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경기장 전체에 무장애 설비가 완성됐다. 특히 장애인이 통행 중 부상을 당하거나 곤란을 겪을 경우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경기장 내 모든 통행로에 폐쇄회로 TV가 설치됐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약 10m 간격으로 배치해 즉시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개막식은 선수단 입장이 먼저 이뤄진 뒤 공연이 펼쳐진다. 선수단에도 공연 관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공연에는 총 6000명이 참가해 2시간50분 동안 진행된다. 이 가운데 장애인은 1000명 정도다. 이번 장애인 올림픽의 정신인 ‘찬젠퉁싱(殘健同行-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참가한다는 의미)’을 구현하기 위한 배합이다.

장애인 400명이 참가하는 집단 수화무(手話舞)가 펼쳐질 때는 수화 내용이 즉시 번역돼 일반인도 수화무의 내용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소림사 동승 2200명이 참가하는 로봇춤은 소림 비전 무술에다 현대풍의 댄스가 접목된 ‘전통 플러스 현대’라는 개념으로 펼쳐진다.

개막식 리허설을 참관한 왕징(王靜)은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하는 장면이 특히 감동적이었다”며 “여름 올림픽 개막식 못지 않은 장엄함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금속 탐지기가 없다는 점이다. 휠체어가 금속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한 안전검사 요원은 “금속 탐지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는 주로 관찰과 손을 사용한 접촉을 통해 이뤄진다”며 “장애인들의 민감한 심리 상태를 다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검사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맹도견을 위한 설비도 설치됐다. 맹도견을 위한 좌석과 맹도견 신분증 등이 마련됐고, 맹도견의 편의를 보살펴 줄 자원봉사자가 별도로 배치됐다. 이번 장애인 올림픽은 6~17일 양궁·육상·사이클·승마·5인제 축구·휠체어 농구·휠체어 테니스 등 총 20개 종목에 걸쳐 열린다.

한편 대한민국 대표팀인 ‘팀 코리아’는 3일 오후 선수촌 내 원형극장에서 입촌식을 했다. 입촌식은 국기 게양식, 천즈리(陳至立) 선수촌장의 환영사, 선물 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 대표팀은 5일 유도팀이 도착한 것을 마지막으로 대표단 전원이 입촌을 마쳤다. 우리 대표단은 선수 78명, 임원 54명 등 총 132명으로 구성됐다. 13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14위의 성적이 목표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선 금메달 11개로 16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7일 사격에서 첫 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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