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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地圖>문학 19.창작과 비평사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3백만부 돌파라는 출판사상 드문 초베스트셀러로 독자의 사랑을받은 『소설 동의보감』 원고를 창작과비평사에 소개한 분은 60년대 『세대』지 편집장 시절 백낙청교수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창비에 보이지 않는 성원을 보낸 언론인 이진섭씨 였다.이 원고를 처음 검토하게 된 나는 당시 『창작과비평』지 편집일을 맡고있었는데,사실 미완성인데다 극작가가 처음 쓴 소설이고 지방의 주간신문에 연재됐다는 점 등 모든 면에서 그다지 「땡기지」않는애물이었다.
하지만 앞부분 일부를 읽으며 저자의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선량한 본성이 가슴에 와닿아 좀더 본격적으로 검토하도록 실무를 맡을 편집자에게 넘겼다.
애당초 얼마나 팔릴 책인지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분적으로 교정쇄를 읽어본 편집부 식구들이 너도나도 다투어 집으로 가져가 독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후 『소설 동의보감』은 양은 냄비처럼 단숨에 끓어올랐다가 식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누구에게도 서슴없이 권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로 90년대 초반 출판사에 큰 획을 그었다.
『소설 동의보감』을 읽었으면서도 아,그 책이 창비에서 나왔느냐 하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았다.그러나 90년 『소설 동의보감』을 출간한 이후 창비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나는 빠리의택시운전사』등을 내면서 베스트셀러의 산실로 자리 잡았고,문학분야에서도 속속 화제작을 내놓고 있다.
계간 『창작과비평』이 발굴한 시인 최영미씨의 『서른,잔치는 끝났다』와 소설가 공지영씨의 작품집 『인간에 대한 예의』는 물론 송기원씨의 소설집 『인도로 간 예수』등도 독자들로부터 열띤호응을 얻었다.
특히 90년대 중반 독서계에 돌풍을 몰고왔고 문인들의 모임자리에서 여러모로 빠질 수 없었던 화젯거리는 시집『서른,잔치는 끝났다』였다.
그러나 최영미씨의 등단과 첫 시집의 출간은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창비답게 여러 선배문인들에게 자문하고 숙고를 거듭해 어렵게 결정된 것이었다.초판 발행부수는 3천부.
광고가 주효하고 시인의 운동권 경력,여성작가 신드롬 등 작품외적인 면의 작용이 없지 않았으나 특유의 가슴을 적셔오는 표현은 독자의 마음에 전율로 가닿았다.
대학교수로부터 시험에 시달리는 수험생까지 열렬한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했다.
이 시집에 대해 비판적인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사심없는 독자로서 정직하게 읽고,주요한 문학텍스트로 올바르게 대접한 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창작과비평사 편집1부장〉 김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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