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죽은 소 왜 유해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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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은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소 10만여마리를 지난달부터 도살하기 시작했다.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지만 위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진국의 철저한 식품보건정책의 한 단면이다.
우리 현실은 이와 너무 동떨어진다.정밀검사도 없고 질병유무가확인되지 않은 죽은 쇠고기가 식탁 위로 버젓이 올라간다.
가축질병중 사람에게 옮기는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은 2백여종.이 가운데 소로 인한 전염병은 38종으로 19%나 차지하고 있다.복통.고열.구토를 수반하는 탄저병,고열과 감기증세를 동반하는 브루셀라,황달과 간염을 일으키는 렙토스 피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소의 생골을 먹은 金모(37)씨등 2명이 탄저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도 있었다.
법정 동물 1종 전염병인 탄저병은 원인균이 토양에서 8~10년동안 번식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급속히 전염돼 발병한 동물의 사체는 반드시 불태워야 한다.
다만 소의 위가 과도하게 팽창하는 급성고창증이나 부상(負傷)한 소는 절박도살을 거치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어떤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죽은 소를 절박도살했을 때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건국대 수의학과 김순재(金順在)교수는 『죽은 소가 세균 또는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즉시 절박도살을 통해 방혈(放血)하지 않으면 핏속에 세균이 급격히 번식하는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며 『세균의 종류에 따라 틀리지만 사람에게도 균을 옮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축산물부 이강훈(李康訓)과장은『도축검사때 병이 있는 부분은 모두 버리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도축검사관 15명이 하루평균 3백60여마리의 소.돼지를 완벽하게 검사하기 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항생제나 제초제가 섞인 사료,중금속으로 오염된 폐수를 먹은 소는 특히 먹기 쉽다.육안검사가 이뤄지는 생체.해체검사에서는 판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농대 수의학과 이영순(李榮純)교수는 『병든 쇠고기를 식용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와함께 검사장비 현대화,검사원 증원등을 통한 정밀 질병검사 제도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준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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