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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막힌 이라크, 모든 재고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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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암만~바그다드를 잇는 육로는 저항세력의 잇따른 외국인 납치와 살해로 완전히 폐쇄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이라크 전역에 물량 재고가 거의 바닥났습니다."

26일 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수출 상담회와 재건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초의 잇따른 외국인 살해 여파로 2주일째 요르단을 통해 들어오는 컨테이너 물량이 이라크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장은 "이라크 현지 사정이 외신에서 접하는 것보다 훨씬 급박하다"며 "수도 사정은 아직 괜찮지만 전기는 하루 10시간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3시간 들어왔다가 3시간 끊기는 식이라고 했다. 전기 공사를 맡은 미국 기업 측 기술자들이 잇따라 살해되면서 대부분 철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재건 공사에 참여하거나 연합행정처에서 비서로 일하는 이라크인에게도 저항세력의 살해 협박 편지가 날아드는 실정"이라면서 "이라크인들과 외국인들이 공사를 꺼려해 전기와 발전소 공사 등 사회 제반 인프라 공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공사 하청을 맡았던 한국 오무전기를 비롯, 이라크 현지 대부분의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현재 모조리 이웃 국가로 철수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비즈니스 상담보다는 한국 업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바그다드 무역관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김관장은 "직원이 피살되는 피해를 봤던 오무전기는 어려움을 이기고 하청공사를 재개해 얼마 전 맡은 공사를 완료했다"며 "미군들도 한국인들의 대담성과 성실함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관장은 "이라크 현지의 수출.수입 상담은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며 "이라크 현지 과도정부에 정권이 이양되는 6월 말까지는 종파들 간 파워게임으로 인한 정쟁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기보다 중동 주변 국가들과의 수출선을 확보하는 게 방법"이라는 것이 한국 업체들에 대한 김관장의 조언이다. 미국 측 주계약 업체와 이라크사태 안정 이후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계약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김관장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물자공급(PX)이나 세탁소 운영은 한국인이 맡아 하고 있으며, 이라크 전체에서 팔리는 중고차의 3분의 1은 한국산(産)"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성과 근면함으로 각종 대형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놓아 이라크인들에게 이미지가 좋다는 것.

"한국의 경부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이라크 1번 고속도로도 한국이 공사했는데, 공사 후 10년 넘게 덧씌우기 공사 한번 안 할 만큼 품질이 훌륭해 이라크 사람들이 극찬한다"고 김관장은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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