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하고 싶은 일에 미쳐라 … 의심하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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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려 있는 곳, 내가 당당해지는 곳으로 가라.

분명하다. 누구의 삶이든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이 나타날 때까지는 행복하지 않다. 나는 현실을 이야기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거나, 이야기를 현실에 맞추려는 낭만주의자를 섞어 놓은 사람이다. 그래서 변화를 다루는 일은 좋아한다. 그러나 조직 속에서 명령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은 싫어한다.

어느 날,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소설이나 시는 아니었다. 나같이 그럭저럭 살고 있는 사람을 차가운 물 속에 처박아 넣거나 가슴에 불을 싸지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경영혁신과 변화경영의 개념과 잘 들어맞았다. 중요한 것은 회사원이 아니라 작가로 나를 바꾸는 것이었다. 명령을 하지도 지시를 받지도 않고 오직 내 마음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싶었다.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사실 내 가슴속에 불을 놓는 작업이었다. 그 책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내가 최초의 독자였다. 그후 나는 적어도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냈다. 변화경영 전문가로 세상에 나를 세웠고 수없이 많은 강연을 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지금’이라고 말한다. 진심이다. 왜냐하면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연구원들과 공부를 할 때 나는 가장 나다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을 사람들은 부러운 사치라고 여기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생존에 매어 있을 때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팔자 좋은 불공평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작가가 된 일이다. 그것밖에는 잘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거기에 매달렸다. 다른 곳에는 소질도 없었고, 잘할 수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곳에 나를 걸었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너무 쉽게 자신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일을 하고 먹고 마시지만 정말 자기 자신은 없는 공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듯하다. 나는 평범하고 내향적이고 잘하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세상에 영광스럽게 빛나 보이는 문들은 나에게 다 닫혀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변화경영에 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작가로서의 내 인생은 나에게 열려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그 길로 가는 것이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문이 열려 있는 곳, 가지고 있는 것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곳을 발견하면 그 일에 엎어져야 한다. 명예나 돈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천직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어떤 일에 공명하여 떨림을 얻게 되면 그 문 그 길로 들어서라. 의심하면 안 된다. 모두 버리고 그 길로 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혁명이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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