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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볼만한 공연·전시] 얘들아! 맘껏 웃고 한바탕 즐겨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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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슬’의 김민기씨가 아동극의 깃발을 올린다. ‘우리는 친구다’를 통해 모험이나 환상이 아닌 어린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연극을 시도한다.

어린이를 '새빨간 기관차'라 부른 이는 시인 정지용입니다. "어린아이야, 달려가자/두 뺨에 피어오른 어여쁜 불이/일찍 꺼져 버리면 어찌하자니?/줄달음질쳐 가자/바람은 휘잉 휘잉/(…)/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새빨간 기관차처럼 달려가자!" 해마다 돌아오는 어린이날이지만 날마다 어린이날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씽씽 달려가는 아이들을 더 높이 들어올려 주세요.

"아동극은 수십년 전부터 안고 왔던 '화두'다. 그러나 강남에서 인기를 끈다는 비싼 영어 아동극류는 싫다. 정공법으로 가겠다. 아동극에서 리얼리즘 연극을 선보이겠다."

26일 서울 대학로의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김민기(53) 대표를 만났다.'아침이슬''공장의 불빛'등을 부르며 격렬하게 시대에 저항하던 20대의 그는 '운동가'였고, '지하철 1호선''의형제''모스키토'등의 뮤지컬 작업을 하던 40대의 그는 '연극인'이었다.'지하철 1호선'이 올라간 지 벌써 10년째. 이제 50대에 접어든 그는 '아동극 연출가'란 새로운 깃발을 올리고 있다.

오는 5월 5일부터 6월 13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아동 음악극 '우리는 친구다(원제 Max und Milli)'가 공연된다. 김대표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는 "원작은 '지하철 1호선'의 독일 작가 폴커 루드비히가 썼다"며 "유럽에선 30년째 공연되고 있는 저력있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백설공주'가 고전적 아동극이라면, '우리는 친구다'는 동시대적 아동극인 셈이다.

작품에는 흥미진진한 모험도 없고, 엄청난 사건도 없다. 대신 겁이 많은 민호와 TV에 빠진 슬기,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뭉치란 세 아이의 일상이 담담하게 그려질 뿐이다.

그는 "어린이극을 보면서 정말 화가 날 때가 많았다"며 "아닌 척 하면서도 상당수의 작품에 '아이들은 저능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표는 굳이 '교훈'을 던지거나, '설교'를 풀어놓지 않는다.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드라마는 싫기 때문이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의외로 아이들이 굉장한 호기심을 표시한다. 모험이나 팬터지보다 자신들의 얘기가 무대 위에 나올 때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번 작품은 어린이날에 맞춘 '반짝 기획'이 아니다. 김대표는 적어도 10편의 어린이극을 계속 올릴 방침이다. 이번 작품이 첫걸음이다. 그는 "학전블루 소극장을 어린이극 전용 극장으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탄탄한 레퍼토리 10편을 갖추면 1년 내내 어린이극을 공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원작을 꽤 많이 바꾸었다. 독일과 한국 어린이의 방과후 생활이 하늘과 땅 차이인 까닭이다. 김대표는 "작가든, 화가든, 아니면 연극 연출가든 50대가 되면 아이들 얘기가 하고 싶어진다"며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도의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친구다'의 다음 작품에선 장애 아동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평일 오후 4시, 주말 오후 2시.5시, 월 쉼. 1만5000~2만원, 02-763-8233.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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