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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 바람에 시장구조도 흔들 '유통'이 '제조'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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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조업체 사장이 셀까,유통업체사장이 셀까.
유통시장 개방등 국내환경이 급변하면서 최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이른바 힘겨루기가 잦아지고 있다.
2~3년전까지만도 유통업체가 이처럼 제조업체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상품의 수요는 많으나공급량이 부족할 때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것은 당연해 제조업체사장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실제로 제조업 체가 출고가격은 물론 소비자가격과 유통업체의 중간마진까지 미리 정해주고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물건공급을 중단,유통업체의 목을 조이기까지했다. 그러나 제조업체간 경쟁이 가열되고 상품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으로 바뀌어 이제는 만드는 것보다 파는게 더 중요한시장구조로 전환된 것이다.게다가 수입자유화로 대형 유통업체들은국내제조업체가 자신들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질좋 고 값싼 수입품을 가져다 팔겠다고 으름장까지 놓는 실정이다.
◇초기 파워게임=전통적인 제조업체 우위의 국내시장환경에서 유통업체와 새로운 파워게임이 벌어진 것은 94년전후.회원제가격파괴점인 프라이스클럽이 국내에 첫 등장해 관련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부터다.
당시만해도 프라이스클럽의 매입담당이던 권영배부장은 제일제당.
LG화학.3M등 제조회사를 찾아다니며 「물건모셔오기」에 진땀을빼야만했다.국내에서 최저가로 물건을 공급해달라는 프라이스클럽의요구에 제조업체들은 외면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
오뚜기식품.동원산업.동서식품.남양유업.해태제과 등 웬만한 굴지의 업체들은 거의 모두 고자세를 유지했다.
◇밀리는 제조업체=지난해부터 국내유통시장의 상황이 급변했다.
가격파괴바람마저 국내의 전산업을 뒤흔들어 놓기 시작한 것이다.
***[ 25면 『유통』 서 계속 ] 지난해 국내 소매업 연간 매출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3백조원.그 가운데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신업태의 매출은 1조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신업태의 매출이 총2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98년까지 신규개점 준비중인 국내 대형 할인매장만도 전국에 68개나 된다.여기다 외국유통업체들까지 뛰어들어 지난 4월 마크로가 문을 연데이어 6월에는 카푸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유지차원에서라도 할인점포 등 신업태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동서식품과 스타킹업계의 독보적 업체인 남영나이론도 당초에는 프라이스클럽에 물건공급을 거부하다 최고경영자들의 결단으로 최근 속속 각종 가격파괴점에 납품을 개시했다.OB맥주도 94년 창동 E마트가 개점할 당시엔 제품공급을 거부 하다 최근들어 허겁지겁 납품하기에 이르렀다.또 롯데 등 국내 햄업계 3대회사들도 킴스클럽이 오픈할 당시인 지난해 6월께 시중보다 20% 정도 싸게 물건을 공급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으나 최근에는 아예 30%나 더 싼 조건으로 고개숙 였다.
한국슈퍼체인협회 李광종전무는 『유통업체들이 점차 제조업체보다힘의 우위에 서게 된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변화가가장 큰 이유』라며『맞벌이가 일반화하면서 양질의 제품을 묶음단위로,특히 가장 싸게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 주는 힘있는 유통업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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