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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음악가 한스 베르너 헨체 음악세계 다양한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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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후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상아탑과 방송사 스튜디오에 갇혀 청중과의 단절을 특권인 것처럼 여기던 풍조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던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그가 오는 7월1일 70회생일을 맞는다.
때맞춰 기념연주회와 함께 자서전과 전집음반 출시 등 다채로운기념행사가 즐비하다.오는 23일까지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알데버러 페스티벌이 헨체를 「올해의 작곡가」로 선정,그의 음악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데 이어 독일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음악잡지』(NZfM) 7월호가 대대적인 헨체 특집을 준비중이다.또 헨체의 자서전 『보헤미안의 여행노래』 출간과 함께 도이체그라모폰사에서 그의 전성기에 해당하는21~47세까지의 주요 발표작을 망라해 전집음반을 냈다.
14장의 CD로 출시된 이 「생일선물」에는 6개의 교향곡,『현을 위한 소나타』 등의 실내악,『5개의 나폴리 가곡』을 비롯해 푸치니.마스네가 오페라화했던 『마농 레스코』 원작을 현대판오페라로 만든 『고독의 거리』,이기적인 천재 시 인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해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던 오페라 『젊은 연인들을 위한 엘레지』,쿠바 도망노예의 이야기를 다룬 『엘 치마론』,체 게바라를 추모하는 오라토리오 『메두사의 뗏목』 등이 수록돼 있다.베 를린필.런던필.게리 카르(더블베이스).하인츠 홀리거(오보에).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바리톤).지그프리트 팔름(첼로)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가한 이 레코딩은 대부분 헨체가 직접 지휘봉을 잡아 녹음한 것.
68년 함부르크에서 초연될 예정이었던 『메두사의 뗏목』은 경찰과의 충돌사태로 불발로 끝났다.지휘자 헨체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막이 오르기전 무대에 체 게바라의 대형초상화를 걸어 놓고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헨체는 붉은 깃발을 치워 달라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팽팽하게 감돌던 긴장감은 무장경찰의 곤봉 진압으로 깨졌다.경찰은 대본작가인 에른스트 슈나벨과 주동학생들을 체포했다.
19세때 빌레펠트 국립극장 연습코치로 극장에 첫발을 들여놓은헨체는 88년 뮌헨비엔날레를 창설,현대음악극의 연주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그는 90년 시멘스음악상 「황금 아폴로」를 수상한데 이어 이듬해 독일정부로부터 대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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