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볼 게임기 만들며 과학에 눈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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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左)군과 우성혁군. 중학 1학년인 이들은 선배들을 제치고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서울과학고에 조기 입학했다. [정치호 기자]

올해 영재학교로 바뀐 서울과학고와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최근 2009학년도 합격생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선배들을 제치고 조기 입학한 1학년생들도 포함돼 있다.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우성혁군(인천 산곡중)은 16.9대 1,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한 박지민군(상경중)은 18.4대 1대의 경쟁률을 뚫었다. 이들을 만나 영재고 입학기를 들었다.

◆만들기로 과학 원리 익힌 박지민군=“서울교대 영재교육원에서 받은 심화수업이 도움이 됐어요.”

박군은 고교 때 배우는 『수학의 정석』을 초등 5학년 때 독학으로 마쳤다. 초등 3학년 때부터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매년 한 차례 이상 출전했다. 실력을 확인하고 심화 문제를 푸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포털사이트 ‘수학 클럽’·‘상위 1%’ 에 올라 있는 경시대회 기출문제를 자주 푼다.

박군은 6살 때 한국과학영재교육원에서 받은 검사에서 상위 0.1% 판정을 받았다. 과학 개념과 원리는 만들기를 통해 익혔다. “재활용 상자에 용수철을 끼워 넣어 핀볼 게임기를 만들었어요. 핀볼게임을 하면서 ‘경우의 수’와 용수철을 잡아당기는 힘의 원리인 ‘훅의 법칙’을 배웠죠.”영재학교 시험은 과학 실험 과정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주고 PH용액을 만들라는 실험이나 중국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형구조의 판이 어땠는지를 묻는 문제가 나왔어요. 과학시사도 반드시 공부해야 돼요.”

그는 “수학은 기하학·정수학·조합학·대수학 중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공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처럼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박군은 “부산에서 학교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다독·반복 학습으로 실력 키운 우성혁군=우군은 “독서를 통해 영재고에 입학할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우군은 4세 때부터 『수학·과학 백과사전』 『자연의 신비』 『알기 쉬운 물리학 강의』 등을 읽으며 과학 원리와 수학의 개념을 익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5~6번 반복해서 읽었다. 역사·사회·인물·천체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핵심 단어를 체크하거나 밑줄을 그어놓고 다시 파고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연결 고리가 생겨요. 『포에니 전쟁』이라는 역사책을 읽으면 지렛대 원리를 응용해 돌을 나르는 기계를 만든 아르키메데스라는 수학자를 만날 수 있어요.”

우군은 “책에 실린 일·십·백·천·만…억·조·천·해·경의 규칙적인 배열을 보고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재면서도 남다른 노력파다. “새 학기에 교과서를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어요. 교과서가 공부의 밑거름이 되니까요.” 두살 위인 누나 덕분에 수학은 또래보다 훨씬 앞서서 공부했다. “누나가 보던 수학문제집을 푸는데 답을 잘 맞혔다”는 우군은 그후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집을 한 번 잡으면 절대 그냥 넘기지 않았다. 날이 새더라도 문제가 풀릴 때까지 완벽히 소화한 후 잠을 잤다는 것이다. 우군은 “실생활에서 원리를 이해하는 과학에도 관심이 높다”며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시소놀이, 차를 타면 쏠리는 현상인 관성의 법칙 등 생활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과학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전형에선 초점거리를 구하는 실험, 굴절에 관한 실험 문제 등이 출제됐다. 그는 “교과서에 실린 기본 실험과정을 응용한 문제를 많이 풀면 좋다”며 “새로운 지식에 욕심이 많아선지 교수·연구원·과학자 등 어떤 직업도 성이 안 찬다. 세계에 기여하는 훌륭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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