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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무방비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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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어로 수도.대도시를 의미하는 메트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모도시(母都市)란 뜻이다.도시국가 폴리스를 형성하고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에게 모국은 곧 도시를 의미했다.기원전 8세기에 등장한폴리스는 전성기때 그 숫자가 1천을 넘었다.현대 에 들어와 메트로폴리스는 정치.사회.경제.문화 등에서 한 나라의 중핵(中核)인 도시를 지칭하게 됐다.
메트로폴리스에서 개념상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메갈로폴리스,즉 거대도시다.여러 메트로폴리스가 교통.통신망으로 일체화함으로써 인구.경제력이 집중돼 국가경제의 중추(中樞)가 되는 지역이다.메갈로폴리스 개념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프랑 스 지리학자장 고트망이다.그는 미국 북동부의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 권역(圈域)을 전형적인 메갈로폴리스로 지적했다.이밖에 태평양과 오대호 연안지역 메갈로폴리스가 있다.미국 밖에선 북독일-북프랑스,영국 런던-잉글랜드 중부,그 리고 일본 도쿄(東京)-오사카(大阪)등이 대표적 메갈로폴리스들이다.
우리나라 수도권도 메갈로폴리스화(化)하고 있다.현재 서울.인천.경기도의 수도권 인구 2천1백만명은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깝다.전체인구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년 28.3%,80년 35.5%,90년 42.7%로 급격한 증가추세 다.또 비단인구뿐 아니라 국가의 거의 모든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도시의 거대화엔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들이 따른다.주택난.교통문제.환경파괴.공해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특히 지적돼야 할 것은 각종 재해(災害)에 대한 취약성이다.많은 인구가좁은 공간에 함께 살다 보니 일단 재해가 발생하 면 엄청난 피해를 낳는다.또 사고에 의한 사고,즉 2차사고가 원래 사고보다훨씬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지난해 1월 발생한 일본 고베(神戶)대지진은 지진 자체보다 그로 인한 전기.가스.전화 등 라이프라인과 철도.도로 등 교통기능 파괴 로 인한 피해가 훨씬 컸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누출,오존오염 비상은 거대도시가 갖는 문제점을 다시 일깨워주는 한편 서울이 과연 안심하고살 수 있는 도시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지금부터라도 각종 도시시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재해 무 방비도시 서울」이라는 오명(汚名)을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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