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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알바’까지 고용해 보험 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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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배모씨는 인터넷에 아르바이트 광고를 내 92명을 모집한 뒤 조직적으로 보험사기 수법을 교육시켰다. 이들은 배씨의 지시에 따라 일부러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낸 것처럼 꾸며 보험사에서 합의금이나 보상금을 타냈다. 가벼운 사고의 경우 50만~100만원의 합의금을 쉽게 타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보험사가 합의금을 입금하면 배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당 6만원을 지급했다.

#석모씨는 반신불수의 노숙자 장모씨에게 교통사고 보험금을 타게 해 주겠다고 속여 함께 위장사고를 내기로 했다. 석씨는 도로변 계단에서 장씨를 밀어 넘어뜨려 심한 타박상을 입혔다. 석씨는 그래도 “덜 다쳤다”며 벽돌로 장씨의 이마와 다리를 내리친 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석씨는 모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2500만원을 타낸 데 이어 다른 보험사 6곳에 5억4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보험사기가 대형·조직화하고 있다. 건수가 느는 것은 물론 수법도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중 적발된 보험사기는 금액 기준으로 모두 2045억원에 달했다. 1년 새 14.9% 증가했다. 보험개발원은 적발된 것 이외에 전체 보험사기로 새나가는 보험금이 연간 2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사기에 연루된 혐의자는 3만922명으로 전년에 비해 15.6% 늘었다. 특히 10대가 578명이나 끼었는데, 이는 보험사기 전문 조직이 청소년을 사기에 가담시켰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린다”며 “사고정보 데이터 베이스 등 업계 내부의 체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사기의 유형으로는 사고 내용을 가공하거나 조작하는 허위사고가 24.7%(505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운전자 바꿔치기(376억원), 고의 사고(359억원), 사고 후 보험 가입(321억원), 피해 과장(319억원) 등의 수법도 자주 사용됐다.

이병우 금감원 보험조사분석팀장은 “보험사기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계약자가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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