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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환율 시대의 생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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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반 만에 세 자릿수로 하락했다. 원화 환율은 이틀 연속 달러당 998.90원에 마감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세 자릿수 환율은 당분간 고착될 전망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에도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다.

대외 의존적인 한국 경제는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원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은 10% 나빠지고,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떨어진다는 게 민간경제연구소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환율하락으로 9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LG전자도 3000억원을 손해 봤다. 올해 경제성장 목표 4%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유가와 환율쇼크가 겹치면서 경제 전체가 몸살을 앓을 우려도 커졌다. 여기에다 머지않아 중국 위안화가 3~5% 절상될 경우 원화 환율의 추가 하락에다 중국 특수까지 식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저마다 저환율시대 생존법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관리를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해외생산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국내에 과잉 공급된 달러를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분산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나 마구잡이식 경기부양은 피해야 한다.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이런 점에서 7년반 만의 세 자릿수 환율쇼크에 시장이 의외로 담담하게 반응하는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동안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노력으로 수출 대기업들의 가격탄력성이 꾸준히 낮아진 때문이다. 반도체.휴대전화 등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를 거는 수출상품들이 환율쇼크에 완충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환율쇼크에 대한 유일한 처방이다. 이처럼 고통스럽더라도 저환율에 적응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