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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김치의 세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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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식품학자들이 한결같이 찬탄해마지 않는 조상의 슬기로운 지혜 가운데 하나는 김치에 고추를 넣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서양고추의 도입시기를 17세기초께로 본다면 고추를 넣은 김치맛의 역사는 고작 3세기에 불과한 셈이다.고추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일본에 전파돼 16세기 말부터 재배되기 시작했고,임진왜란을 계기로 우리나라에까지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추는 붉은 빛깔과 매운 맛으로 식욕을 돋우기도 하지만 비타민 C가 아주 많아 겨울철의 비타민 C 섭취는 김치에만 의존할정도다.특히 최근에는 마늘과 함께 유산균의 효능은 말할 것도 없고 다량의 항암(抗癌)성분까지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일도 있다.
한.중.일 3국의 음식문화는 전통적으로 비슷한 요소가 많기도하지만 한국김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네들에게 전파돼 「명성」을떨쳤다.채소에다 곡물과 소금을 섞어 숙성시킨 8세기 일본김치 「수수보리지(須須保利漬)」는 백제사람인 「수수 보리」가 누룩으로 술을 빚는 방법과 함께 담그는 방법을 전수한 김치며,이것이단무지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18세기초에는 중국에 귀화한 여인네들이 동치미등 한국김치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다는 기록도 있다.일본의 경우는 고추를 넣기 전 의 일이고,중국의 경우는 고추를 넣기 시작한 이후의 일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같은 건강상의 탁월한 효능과 특이한 맛을 지닌 한국김치에 대해 세계 여러나라,특히 일본이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것은 88서울올림픽이 계기였다.당시 선수들을 대상으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나라별로는 일본.중국.태국 순으로 한국김치를 좋아한다고 응답했으며,선수전체로는 무려 92.9%가 「맛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그때부터 일본은 한국김치의 개발과 다량생산에 나서 세계김치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특미건강식품」으로 김치특집을 하는등 관심과 수요는 더욱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우리 농림수산부도 김치를 세계식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김치산업육성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한다.한국김치가 일본의 「기무치」와는 맛이 다를게 분명할 터인즉 조만간 세계김치시장의 석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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