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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평>메탈리카 "로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더이상 메탈리카를 「스래시 메탈의 제왕」이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데뷔 앨범 『킬 뎀 올』에서와 같은 혁명적인 사운드는 그간 작품마다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 끝에 이번 음반에이르러선 드디어 「듣기 좋은 록음악」으로 귀착되 고 있다.물론이것이 그들의 궁극점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다섯번째 수록곡 『킹나싱』이 의미하는 것처럼 더이상 절대권력으로 군림하기를 고집하지는 않는 듯하다.이 앨범을 내놓으며 전멤버의 머리와 복장이 단정해진 것을 보더라도 이들은 분 명 구태의연한 「록의 전사」내지 마구 질러대고 긴 머리를 흔들어대는 한정된 장르의 밴드이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해보면 이는 더욱 확연해진다.우선 첫 싱글 『언틸잇 슬립스』가 도입부에서부터 최신 유행장르인 올터너티브적 구성을 보이고 있다.『에인트 마이 비트』의 경우도 앨리스 인 체인스나 사운드 가든으로 대표되는 시애틀 사운드가 곳곳에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블리딩 미』에서는 중간중간 니르바나식의 창법도 엿보인다.이것은 이들이 곧 있을 올터너티브 밴드들의 축제인 「룰라펄루자」 공연에서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라는 소식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
전체적으로 멜로디와 연주상의 기법이 매우 대중적으로 만들어져있음이 감지된다.결코 「구세대」란 평가를 들을 이유가 없을 것같다.오히려 여섯번째 곡 『히어로 오브 더 데이』같은 곡에서는젊은이들의 가슴을 금방이라도 터뜨릴 만큼 파워 풀하면서도 섬세한 멜로디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음반은 지난 5년동안 새 음반을 학수고대해오던 헤드뱅어(긴 머리를 흔들어대는 헤비메탈 매니어)들에겐 적잖은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줄게 틀림없다.혹자는 상업성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하고 있다.그럼에도 메탈리카는 90년대 중반식의 변화를 감행했다.오랜 경륜의 음악적 고색창연함이 새로운 양식의 음악틀 속에서 은근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고나 할까.
평점:★★★☆(5개 만점) 글:이효영(팝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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