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5. 민노당 최순영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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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최순영(51.비례대표)당선자는 스스로를 '원조 공순이'라고 부른다. 그는 유신시대 종식의 계기가 됐던 YH사건의 주역이다.

1979년 8월 가발 수출업체인 YH무역의 여공 170여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 당사를 점거, 농성하면서 시작된 게 YH사건이다.

당시 공권력이 여공들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21세의 김경숙양이 4층에서 추락사했고, 그 충격은 부마(釜馬)항쟁을 촉발했다.

당시 崔당선자는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구속된 지 4개월 만에 출산을 위한 보석으로 출감한 그는 이후 여공을 그만두고 여성운동에 전념했다.

84년부터는 부천에 탁아소를 세워 여성노동자들의 아이를 맡았다. 여성노동자들의 의식화 작업도 함께했다.

그런 그가 91년 제도권에 진입했다. "노동자들이 정치 세력화하지 않고서는 삶이 결코 나아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부천시의 시의원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시의회에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데 열중했다. 90년대 말엔 민노당 전신인 '국민승리21'을 위한 일을 하다 2000년 민노당이 출범하자 정식 입당했다.

崔당선자는 여공 출신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큰 밑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도 YH에서 여공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동료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17대 국회가 열리면 YH에서 노조를 이끌었을 때의 경험을 잘 살려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한다.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는 만큼 노동 분야뿐 아니라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당직자들은 말한다.

崔당선자도 "생리휴가 무급화 등 점점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두달인 유급 출산휴가를 6개월 이상으로 늘려 부부가 나눠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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