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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집권 땐 부시와 달리 처음부터 대북 대화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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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민주당 에니 팔레오마배가(64·10선·사진)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환경소위 위원장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이 집권하면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1일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중앙일보 글로벌 포럼 2008’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이에 앞서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중 인터뷰를 했다. 미 의회에서 오바마를 가장 먼저 지지한 의원 그룹에 속하는 그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보여 준 일방적 외교는 폐기될 것”이라며 “한국과의 대화도 훨씬 성숙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집권하면 ‘악의 축’ 국가 지도자와도 대화하겠다고 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만날 것인가.

“만나는 것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바마가 차원이 다른 외교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시간을 낭비하다 뒤늦게 외교를 하기 시작했지만 오바마는 처음부터 (북한과) 대화 채널을 가동할 것이다. 민주국가든 비민주국가든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봐라. 그는 재임 중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대화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과 협상으로 문제를 풀었다. 공화당은 우리를 보고 북한에 너무 유화적이라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위기를 조성하자 즉각 미군을 파견해 단호하게 대처한 대통령은 클린턴이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걸 어떻게 보나.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하원 아태소위 위원장으로서 말하긴 미묘한 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에 중요한 동맹국가다. 양국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독도를 방문할 의향이 있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승수 총리 등 한국 정부와 협의한 뒤 결정하겠다. 나로 인해 새로운 긴장이 촉발되는 건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 부시 행정부는 미 의회의 레임덕 세션(11월 4일 미 대선·총선 이후부터 1월 초 부시 대통령 퇴임 전까지 의회를 가동하는 회기) 때 FTA 비준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행정부에선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나 의회나 민주당 입장에선 가볍게 말할 수 없다. 한·미 FTA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의회와 민주당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노동계의 불만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민주당을 반FTA 정당이라고 낙인 찍는데 그건 부당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FTA는 사망 선고를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오바마의 기본 입장은 어떤 FTA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바마가 집권하면 미국은 자동차 분야 등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미 대선에서 (자동차 산업 지역인) 미시간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걸 한국은 이해해야 한다. 그곳에서 수만 명이 실직했다. 민주당이 공정한 교역을 강조하는 건 그 때문이다. FTA에 대해 한·미는 서로 유연해져야 한다.”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 지역에 배치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한국이 오해해선 안 될 게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냉전이 끝난 지 오래된 만큼 전 세계의 미군 배치 원칙도 바뀌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민주당도 찬성하나.

“외교·안보는 초당적인 문제다. 부시 대통령은 당파적으로 행동했지만 민주당은 초당적인 문제엔 열린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파워를 과시했다.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는 것 아닌가.

“그런 시각이 있는 건 맞다. 중국의 13억 인구와 고속 경제성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을 미국의 새로운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적대시하면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가 위협받고 미국의 국력도 소모된다. 미국과 중국은 신뢰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덴버=이상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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