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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못 사는 죽음의 해역 한국 서·남해 4곳도 포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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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구상에 해양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바다 속의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 생물이 살 수 없게 된 해안 지역이 400여 곳이나 된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월 1일자)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의 서해 1곳과 남해 3곳 등 4곳도 포함됐다.

‘죽음의 지역’이 넓어진 원인은 대도시 인근의 해안가에서 강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유기 영양물이 바다를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도시로부터 흘러온 영양물은 해양생태계의 먹이가 돼 바다 속의 녹조류를 급격히 성장시킨다. 성장한 녹조류는 호흡을 통해 바다 속의 용존산소량(DO)을 대폭 줄인다.

이번에 발표된 죽음의 지역 400여 곳은 서해, 발트해, 흑해, 멕시코만 해안,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카테가트 해협 주변 등으로 주요 어업지역에 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넓이는 24만5000㎢에 이른다. 죽음의 지역은 1960년대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규모가 커졌다.

연구진은 “전체 바다 크기에 비하면 죽음의 바다 면적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지역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죽음의 지역의 원인이 되는 용존산소량 감소 현상은 질소비료 생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물의 주요 원료인 질소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40년대 후반 이후 10년이 지나자 용존산소량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질소비료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60~70년대 이후에는 용존산소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죽음의 지역을 감소시키기 위해 농업 분야에서 질소비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는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용존산소량이 감소하면서 어패류가 집단 폐사하기까지는 긴 잠복기를 거칠 수 있다”며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멕시코만 북쪽 해안에서는 지난 몇십 년간 산소 부족으로 바다 밑바닥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됐지만, 어업에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무시됐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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