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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 가련'서 '안방 감초'로 변신한 금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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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데뷔한 지 25년째인 연기자 금보라

올해로 데뷔한 지 25년째인 연기자 금보라(41).

금보라는 푼수끼 넘치는 수다쟁이(MBC TV <대장금>)나 철없는 새엄마(MBC TV <천생연분>) 등 '목소리 큰' 아줌마 역으로 제2의 연기 전성기를 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청산유수 같은 그의 말솜씨가 빛을 발하고 있다. 깍쟁이 같으면서도 어수룩한 그의 모습은 안방극장에서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원조' 감초 임현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줌마 버전 감초 연기자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나 '제2의 전성기' 정도로는 이 '말 많은' 아줌마를 제대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그는 한창 때 시체말로 '날렸던' 여배우다. 1980년대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혜숙 최명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녀 탤런트로 뭇 남성의 마음을 흔들었고, 미녀들의 전유물인 화장품 모델로도 수년간 활약했다. <천생연분>에서 고부간으로 나왔던 '컴퓨터 미인' 황신혜와는 80년대 태평양 화장품의 모델로 동시에 출연하기도 했다.

"학 같은 여자였다. '청순가련' '지고지순' 등 착하고 예쁜 여자를 가리키는 말들은 다 들어 봤다. 호호."

아름답게 과거를 추억하는 그는 1978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진흥공사의 남녀 주연배우 공모에 뽑혀 연예계에 입문했다. 80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물보라>가 데뷔작. 이 때 손미자라는 본명 대신 감독 이름과 영화 제목에서 반씩 따와 금보라(김수용 감독의 성 '김'을 어감상 '금'으로 바꿨다)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으니 화려한 신고식이었다.

이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장사의 꿈> 등의 영화와 드라마 <코리아 환상곡><임이여 임일레라> 등에서 주로 가녀린 여성을 연기했다. 그때는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친한 사람하고만 어울리고 말도 잘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가 됐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따따부따 수다떠는 모습은 영락없는 친근한 옆집 아줌마다.

금보라가 이처럼 180도로 변신했던 이유는 연기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89년 결혼과 동시에 방송국에서 연락이 뚝 끊겨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당시만 해도 유부녀 탤런트가 설 자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 특히 '금보라=청순가련' 식으로 각인됐던 탓에 은퇴 아닌 은퇴를 해야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소리 큰 아줌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존심을 꺾고 갑자기 푼수 아줌마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망가진 모습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줄지도 걱정이었다. 그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나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뭇 남성의 연인으로 출발한 지 20여년 만에 아줌마들의 친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 셋을 낳고 주부가 돼 돌아온 그에게는 삶의 여유가 더해졌다.

"예쁜 역할은 해볼 만큼 해 봤으니 이제는 재미난 모습을 보여주겠다. 고고하게 살 것 같던 여자가 자기들과 똑같이 세월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 주부 팬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일간스포츠 정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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