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미국 계열사에 10억 달러 지원 … 주가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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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밥캣의 실적 악화에 대비해 해외 계열사에 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밥캣 인수를 위해 미국 현지에 설립한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 등 해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10억 달러다. 두산은 이 자금으로 밥캣 인수 때 빌린 29억 달러 중 8억 달러를 갚을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밥캣의 법인세·이자와 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을 총차입금(29억 달러)의 7분의 1(4억1400만 달러)로 맞추기로 채권단과 계약했다. 올해 밥캣의 예상 EBITDA가 이보다 1억 달러가량 적은 3억1000만 달러로 예상돼 해외 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입 계약에 따르면 부족분 1억400만 달러만 채권단에 상환하면 되지만 밥캣의 부채 비율을 9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8억 달러를 한꺼번에 갚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9일 증시에선 두산의 해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산 상장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두산과 채권단이 차입금 한도를 EBITDA의 7배 이하로 제한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부족분을 조기에 상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두산은 올해 예상 EBITDA의 7배인 21억7000만 달러(3.1억 달러X7)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 7억3000만 달러를 갚아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증시의 해석은 두산의 설명과는 크게 다른 셈이다. 또 밥캣의 내년 이후 실적이 더 나빠지면 차입금 허용 한도가 크게 낮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두산 계열사들이 해외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따라 나왔다. 이 바람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두산이 모두 하한가를 기록했고, 두산건설 주가는 12.6% 떨어졌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두산 계열사 시가총액에서 2조6000억원이 사라졌다.

이희성·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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