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식신(食神)’ 초난강의 웃지 못할 고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7호 07면

고아원 출신인 청년 미쓰루는 식품회사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으니 이 식품회사에서 비합법적으로 행하고 있는 사행성 대결 ‘푸드 파이트’의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각종 음식의 ‘먹기 내기’인 이 게임의 절대 강자 미쓰루에게 식품회사의 사모님이 승부 조작의 유혹을 하게 되고 미쓰루는 갈등한다.

조원희의 일드열전 <29> 푸드 파이트

TV 드라마의 소재로는 도저히 맞지 않을 것 같은 황당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푸드 파이트’는 적절한 코미디와 식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가 뒤섞여 시청자를 만족시켰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선물일 수 있는 좋은 음식, 그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먹는 주인공 미쓰루의 코믹한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지만 심한 감기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팥빙수를 먹어야만 하는 비애가 녹아 있기도 하다.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우리나라에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구사나기 쓰요시(사진)가 주연을 맡아 더욱 친근한 드라마다. 막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하던 후카다 교코의 19세 시절 파릇파릇한 모습을 만날 수 있고, 1990년대 누드집 『산타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일본의 ‘국민연인’ 미야자와 리에가 식품회사의 사모님으로 등장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극중 미쓰루의 친구로 등장하는 구관조의 목소리 연기를 누가 했는지는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비밀이었는데, 나중에 구사나기 쓰요시가 활동한 그룹 ‘스마프’의 멤버인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푸드 파이트’는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판타지 공간이 절묘하게 현실 공간과 맞물리는 일본 드라마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유쾌한 동시에 황당한 잔재미들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스포츠물의 관습을 따르고 있기도 한 독특한 드라마다. 만들어진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우리 시청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