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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룽이’도 좋아하는 유기농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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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15면

개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욕심을 내게 된다. 나는 옷이니 미용 같은 치장은 개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하지만, 사료는 늘 더 좋은 것이 없는지 찾아다닌다.
얼마 전 새 유기농 사료가 눈에 들어왔다. 첨가된 비타민과 미네랄을 제외하고 모든 원료가 유기농이었다.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도 받았고, 튀기지 않고 구웠다는 사료였다. 하지만 값이 만만하지 않았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그때까지 먹이던 사료만 해도 고기의 부산물을 넣지 않고 인공 첨가제를 넣지 않은 것이라 꽤 비싼 값이었는데. 그러나 이전 것이 가령 3kg에 2만원이었다면 이번 것은 2kg에 3만원이었다. 그래도 한번 사봤다.

이전의 어떤 사료든 내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던 부분은 기름에 튀겼다는 사실이다. 고급일수록 역한 기름 냄새와 비릿한 가공식품 냄새가 덜 나기는 했지만, 전혀 없는 사료는 없었다. 그러나 새 사료는 정말 튀기지 않고 구웠는지 기름기가 전혀 없고 기름 냄새도 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의 개 ‘띠룽이’의 변화다. 이전 사료들은 아침저녁으로 두 컵씩 먹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띠룽이는 다섯 살이 넘었고, 그런 띠룽이를 보면서 나는 ‘너도 이제 꺾였구나’라는 농담을 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군살이 붙는 것 같고, 먹는 양을 줄이려고 한 컵만 주면 어찌나 보채는지 두 컵을 다 채워야만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것은 딱 한 컵만 먹고도 충분한지 보채지 않는다. 바꿔 먹인 지 석 달이 넘었고 여전히 잘 먹고 있으니 저 사료는 한 컵으로도 만족스럽다는 뜻이겠다. 어째서 두 컵에서 한 컵으로 양을 줄일 수 있었는지 띠룽이의 입을 통해 들을 수는 없으니 넘겨짚자면, 전의 사료들은 영양분이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아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양껏 먹으면 기름기로 인해 살이 찌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건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 대한 사람 몸의 반응과 마찬가지다.

유기농 사료를 처음 살 때는 값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렇게 적게 먹으니 오히려 이전 사료보다 돈이 덜 든다. 기름 무게가 없어서인지 무게에 비해 부피는 큰데, 그것을 이전 부피의 반만 먹이니까 2kg 하나면 한 달을 넘긴다. 이전의 3kg짜리는 보름밖에 먹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보다 사료값이 덜 들게 됐다.

개 사료까지 유기농이라니 허영심을 노린 상술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다. 물론 그런 상술을 노린 물건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좋은 음식은 당장에는 비싸 보이더라도 나중에는 오히려 경제적이기도 하다.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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