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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노련 회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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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청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회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이 사건 피의자들의 신병처리에 신중함을 보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보법을 확대 해석해 결사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은 물론이고 시대정신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찰이 실정법 위반 사범을 ‘법대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보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는 데에는 보다 엄정함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표적 수사’나 ‘신공안정국 조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개정 논란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적단체인 사노련이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반포했다”는 취지로 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이들의 활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수사가 미진하다는 말이다. 경찰은 “압수 증거물 등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벌여 영장을 재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사가 성급하게 진행됐음을 자인하는 말이다. 애초에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수사했으면 될 일이 아닌가. 경찰이 공안정국 조성 의혹 시비에 휘말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은 수사가 미진하다는 법원의 생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향후 공안사건 수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지휘한 검찰 역시 귀담아들을 부분이다.

우리는 “보안법 적용은 법 제정 취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최소에 그쳐야 하며, 국민의 기본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에 주목한다. 일선 법원도 민주화 진전 등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보안법 적용에 엄격한 추세이다. 사회주의적 성향의 조직사건 관련자들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구속하던 관행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장기각을 계기로 일부 세력들이 국보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법원의 영장기각 취지는 경찰의 수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지 국보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