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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개원조차 못한 15대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걱정하던대로 15대국회가 개원식(開院式)도 갖지 못한채 파행(跛行)의 길을 걷고 있다.원(院)구성을 위한 예비절차로 임시의장에 의해 국회의장 선출안건이 상정되자마자 휴회에 들어갔다.
의장을 뽑아야 개원식을 갖는데 여야의 대결로 결국 법으로 정해진 개원일이 지켜지지 못했다.
이에 여당은 「법대로」를 외치며 단독개원식이라도 할듯 나서고있고,야당의원들은 이를 몸으로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기를 한다는등 구태(舊態)를 보이고 있다.세상일이라는 것이 연륜이 쌓여가면 그만큼 성숙하게 마련인데 유독 우리 정치만 은 이렇게 몇십년간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으니 한탄하기도 이제는 지쳤다.
사실 우리는 이번 15대국회가 과거 국회와는 상당히 달라지리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지난 총선에서 신인들의 진출이 거의 절반에 육박해 세대교체의 기운이 뚜렷했고,이들이 당선자 세미나등에서 보스정치 타파,거수기 거부등 신선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이번은 좀 달라지겠구나」하는 기대를 가졌다.특히 이번15대국회가 21세기를 준비하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첫날부터 어그러지고 말았다.다수의 독주(獨走)와 소수의 극한투쟁이라는 과거의 도식이 이번에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말았다.결국 국회의 행태면에서 문민정권과 과거의 군사정권간에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까지 만들고 있다.15대국회를 결국 이런 모양으로 출범시킬 수밖에 없는우리 정치권의 지도력이 한심할 뿐이다.정치권은 지금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임시의장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산회(散會)가 합법이냐 여부의 여야간 입씨름에 관심이 없다.여야가 무조건다시 협상으로 들어가기를 촉구한다.야당은 장외(場外)투쟁을 유보했고,여당도 하루 이틀 기다린다고 하니 협상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특히 여당은 이미 개원일을 지키지 못했으니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원인을 제공한 측은 바로 여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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