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드러난 간첩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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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화는 15세 때인 1989년 10월 평양 모란봉구역 특수부대에 입대해 2년여간 특수훈련을 받았다. 그녀는 태권도, 독침 뿌리기, 오각별 던지기, 표창 던지기, 도르래 줄 타기, 산악 타기, 38구경 권총사격 훈련을 받았다. 한겨울에 얼음물에서 견디기, 바닷물에서 오래 참기 등 극기훈련도 했다. 충청도 말씨의 월북한 남한 군인으로부터 일대일로 남한 지리와 말씨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92년 2월 훈련 도중 머리를 크게 다쳐 4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의병 제대했다.

원정화는 98년 제대 이후 6년 만에 다시 국가보위부에 의해 간첩으로 선발됐다. 그녀가 받은 최초의 지령은 ‘중국 옌지에서 반역자를 잡아들이고 남한 스파이를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옌지의 북한 보위부 책임자 박모(42) 과장은 99년 1월 중순 이미 와 있던 여자 요원 한 명을 중국 정부의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테이프로 입을 봉한 뒤 박스에 넣어 북송했다. 원정화도 그해 9월 노래방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만난 한국인 윤모(47)씨를 두만강호텔로 유인해 북한으로 납치했다. 같은 식으로 99년 1월~2001년 10월 중국에서 탈북자들과 한국인 100여 명을 납치했다고 한다. 옌지에서는 ‘요토알’이란 이름의 마약을 팔고, 북한 위조달러 100달러를 중국 돈 200위안에 판매하는 외화 벌이도 했다.

탈북자로 한국에 들어온 원정화는 2002년 12월 한국의 군정보기관 요원 이모씨의 동태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듬해 3월 서울 대방동의 한 식당에서 이씨를 만난 그녀는 오히려 “북한의 군사기밀을 파악해 주면 딸을 키워 주겠다. 매달 500만원씩 주겠다”는 역제의를 받았다. 2004년 1월에는 홍콩에 나가 있던 이씨로부터 ‘북한 자료를 갖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도부의 사전 검열을 받은 뒤 넘겨 주기도 했다. 북한 지도부의 허락 아래 ‘이중 간첩’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후 지도부는 그녀에게 독약이 든 북한의 정력제 천궁백화 한 병(60알)을 주며 이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원정화는 1월 18일부터 사흘간 홍콩의 호텔에서 이씨와 함께 지내며 살해 기회를 엿봤으나 실패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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