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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 최강’ 한국 명예 지켜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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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바람이 예상 외로 거세다. 올림픽의 후광 때문일까. 기세가 더욱 사나워진 중국 바둑이 해일처럼 바둑판 361로를 휩쓰는 가운데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한국 바둑은 저지선이 뚫린 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후지쓰배 세계선수권(7월)에 이어 삼성화재배 통합 예선(8월), 그리고 도요타 덴소배 세계선수권(8월)까지 한국은 이번 여름 연속해 중국에 참패했다. 이창호 9단도 지고 세계 최강자로 손꼽히던 이세돌 9단마저 졌다. 중국 최강자 구리 9단은 후지쓰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더니 도요타 덴소배에서도 준결승에 진출, 황사 바람의 최선봉에 서 있다. 경계 1호의 두려운 적수다. 그러나 이제 힘든 여름이 지나가고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반격을 개시하기 좋은 때다. 9월 첫 주에 시작되는 삼성화재배에서는 한국이 명예를 회복해야만 한다.

왼쪽부터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셰허 7단 구리 9단

중앙일보와 KBS가 주최하는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우승상금 2억원)이 다음달 2∼5일 대전에 있는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2일. 32강전은 3일, 16강전은 5일. 시드를 받은 16명과 예선을 통과한 16명 등 세계 32강이 토너먼트로 대결한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13명, 중국이 16명, 일본이 3명이다. 중국이 개최국보다 더 많은 출전자를 낸 것은 예선에서의 대승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12회 동안 모두 8회를 우승해 일본(2회)과 중국(2회)보다 크게 앞서 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도 이세돌 9단이 박영훈 9단을 2 대 1로 꺾고 우승했었다.

◇예선 결승, 중국에 2 대 9로 참패=통합 예선엔 사상 최다인 319명이 출전해 남자 14명, 여자 2명이 본선 티켓을 얻었다. 일본과 대만이 결승전에도 가보지 못하고 전멸하는 바람에 예선 결승은 한국 대 한국(3판), 중국 대 중국(2판)을 제외한 11판이 한·중전으로 열렸다. 결과는 한국의 2승9패. 윤준상 7단과 홍성지 7단만이 승리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져 예선전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예선전은 미래의 힘을 가늠해 보는 신예들의 대결장이란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그래서 패인을 따져보는 목소리도 높았다. 속기 편중의 국내 대회도 거론됐고 소수의 스타에 의존하는 한국의 특수성도 거론됐다.

◇상대 선수 지명제=말 많은 상대 선수 지명제가 지난해 첫선을 보이더니 올해도 이어진다. 예선을 통과한 16명이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한 뒤 시드를 받은 16명을 상대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신예들은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을 먼저 지명하여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구리 9단은 한국 신예들이 아무도 지명하지 않아 맨 마지막 순서인 여자 기사 조혜연 8단 몫이 되는 바람에 한국 신예들의 체면이 약간 구겨졌다. 패배를 각오하고 강자를 지명해야 옳으냐, 이기기 위해 노장을 선택해야 옳으냐. 이런 갈등을 두고 젊은 측은 “재미있다”고 하고, 조훈현 9단 등 노장들은 “고문이다. 대회의 품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국가별 출전 기사>

◇한국(13명)=이세돌 9단(전기 우승), 박영훈 9단(전기 준우승),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목진석 9단, 조한승 9단, 박정상 9단(이상 시드), 이영구 7단, 윤준상 7단, 홍성지 7단, 진시영 3단, 박정환 2단(이상 예선 통과)

◇중국(16명)=구리 9단, 창하오 9단, 황이중 7단, 리저 6단, 저우루이양 5단(이상 시드), 루이나이웨이 9단, 저우허양 9단, 왕시 9단, 딩웨이 9단, 천야오예 9단, 쿵제 7단, 셰허 7단, 리캉 6단, 스위에 4단, 장리 4단, 정옌 2단(이상 예선 통과)

◇일본(3명)=다카오 신지 9단,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이상 시드), 고바야시 고이치 9단(와일드 카드)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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