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구장. LG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조범현 KIA 감독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4강 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시기에 최하위 LG를 상대로 전날까지 2연패를 한 탓이다. 4위 롯데와의 간격은 4.5게임으로 벌어져 있었다. 이날 선발 투수는 에이스 윤석민(22). 에이스를 투입하고도 1승을 챙기지 못한다면 4강의 꿈은 접겠다는 뜻이었다.
프로 4년차에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팀 내 최고 기둥 투수로 성장한 윤석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최고의 피칭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온 터라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했다.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버티며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쳐볼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120㎞대의 체인지업을 설렁설렁 던지다가도 150㎞의 광속구를 뿌리며 LG 타자들을 농락했다. 6회까지 안타는 물론 볼넷도 없었다. 단 1명의 주자에게도 1루를 허용하지 않자 3루 측 KIA 관중석에서는 조심스럽게 사상 첫 퍼펙트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그러나 7회 말 수비 2사 볼카운트 1-1에서 LG 안치용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지면서 안타(2루타)가 됐다.
대개 대기록이 눈앞에서 깨지면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윤석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후속 4번 타자 페타지니를 헛스윙 삼진(총 9개)으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퍼펙트 게임까지는 못했어도 다승(13승)과 평균자책점(2.34) 1위를 굳게 지킨 눈부신 역투였다.
올림픽에서 활약한 KIA 윤석민이 잠실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SK 김광현이 두산과의 경기에서 역동적인 폼으로 투구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김광현은 특히 올림픽에서 한솥밥을 먹은 강타자 이종욱·고영민·김현수 등 두산 3인방을 상대로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아냈다. 김동주는 팔꿈치, 무릎 등이 아파 쉬었다.
김광현은 “올림픽 공인구보다 공이 큰 느낌이었다. 변화구 속도가 준 반면 각도는 더 예리해 효과적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마운드에서 더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회훈 기자, 인천=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