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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야구팀은 부산 경제 ‘서포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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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실 부산 사직야구장에 가보면 그곳이 단순한 운동장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우선 객석의 분위기가 그냥 축제 한마당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전 국민이 경험했던 집단 응원은 물론이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하는 것이 무도장 같기도 하고 사교장 같기도 하다. 운동장에서 춤과 노래와 음식 그리고 사교가 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홈팀이 이기기라도 하는 날이면 온 구장이 응원가 ‘부산 갈매기’로 떠나간다. 그리고 거의 모든 팬이 전문가 수준의 야구 지식을 갖고 있어 관전 수준이 높고, 타 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홈팀 사랑에 올스타를 선정하는 데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10명 중 9명을 엔트리에 올렸을 정도다.

최근 몇 년 부산 홈팀은 초반에 반짝하다가 뒤로 갈수록 지리멸렬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팀이 올해엔 전반기를 끝낸 지금까지 4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성적이 좋아진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 덕분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출신다운 내공과 훈훈한 팬 서비스로 야구판 히딩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대호를 비롯해 중심 타선의 활약이 볼 만하고, 가르시아라는 외국인 선수가 부산 사나이 같은 화끈한 매너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성적도 좋고, 이를 응원하는 열성적인 팬들 덕분에 롯데 팀의 홈경기로 인한 경제 파급효과가 1500억원을 상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관람객들의 지출과 인근 상가 수익 등을 포함한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가 1500억원을 넘고, 취업 유발 효과도 2900여 명이나 된다. 좋아하는 경기가 재미있어서 좋고,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놀 수 있어서 좋고, 게다가 파급효과까지 긍정적이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전국적으로 다들 힘들다는 아우성이다. 지방은 특히 더 힘들다. 그런 대목에서 올해에 프로야구에서라도 작은 재미를 얻을 수 있어 부산 팬들은 위로가 된다. 올림픽 금메달 효과에다 내친김에 홈팀이 우승이라도 하는 날이면 부산이 뒤집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프로야구 자체가 부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조광수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