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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고압선 화재'…"또 참사냐" 가슴 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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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5일 낮 12시6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부근 고압전선에서 불이 나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고 지하철 운행이 한시간여 동안 중단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특히 1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는 화물차가 전선을 건드리면서 발생한 스파크 때문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지하철에서도 고압전선 사고가 나자 서울시도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사고가 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총리실.행자부 등에 긴급 보고했다. 인명피해도 없는 사고를 NSC 등에 보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사고는 구의역에서 320m 떨어진 강변역 방향 고가 교각 선로 위의 1500V(직류) 짜리 고압전선과 철탑(6m 높이)을 연결하는 애자(碍子) 두개가 파손돼 고압전선이 철탑에 닿으면서 일어났다. 철탑은 고압전선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시뻘겋게 달궈져 일부분이 녹아내렸다. 철탑 밑 부분에는 직경 15㎝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소방당국은 화재가 난 지 40여분 만에 불을 껐다. 그러나 전원을 차단하고 복구공사를 하는 바람에 인근 주택가가 한시간 이상 정전됐으며, 지하철 운행도 오후 1시25분쯤에야 재개됐다. 이에 따라 휴일 나들이를 나왔던 시민들은 버스나 택시 등으로 갈아타느라 불편을 겪었고 일부 역에서는 요금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사고 현장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던 회사원 임모(29)씨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이 정전돼 밖을 내다보니 지하철 고가 선로 쪽에서 연기가 나고 불덩이가 떨어져 내렸다"며 "승객들이 지하철역에서 한꺼번에 빠져나와 큰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 수퍼마켓 주인 김용인(47)씨도 "철탑에서 연기가 많이 피어올라 대구 지하철 참사가 생각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 김진호 전력과장은 "자기(磁器)로 만든 애자는 외부 충격이 아니면 파손되는 경우가 없는 반영구적인 소재"라며 "지하철 개통 후 단 한차례 애자 때문에 경미한 사고가 났을 뿐이어서 1~2년에 한번씩 먼지를 닦으면서 상태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고압전선이 전동차에 닿더라도 절연되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면서 "오래된 애자는 이음매가 헐거워지고 강풍에 파손될 우려도 있는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애자=송전선이나 전기 기기의 나선(裸線) 부분이 철탑이나 전봇대 등 지지물과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 절연체다.

양영유.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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