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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통일교] ② 10명 자녀 중 4명 공식 직함 갖고 활동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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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7일 헬기 사고 후 처음으로 통일교 공식 행사에 참석한 문선명 총재.

뿐만 아니라 둘째 딸 문인진(42) 씨 역시 지난 8월1일 미국총회장에 올랐으며, 3남인 문현진(40) 씨는 문 총재가 유엔을 대신할 민간 국제 평화기구로 창설한 천주평화연합(UPF)과 통일그룹 세계재단, 세계평화청년연합 세계회장, 선문평화축구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통일교의 국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4명의 자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부친에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걷는 막내 문형진 회장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아직 한국말에 서투르지만,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교회상은 분명하다.

그는 교회 수장직인 세계회장 및 한국회장에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남짓한 기간에 벌써 크고 작은 많은 변화를 몰고 오며 통일교에 자신의 색채를 덧입히고 있다. 현재 그는 통일교의 역사가 시작된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본부교회에서 목회활동 중이다.

우선, 그가 몰고 온 작은 변화는 일요일 예배시간에 명상시간을 도입한 것. 불교에 깊이 심취했던 그의 색깔이 극명히 드러나는 변화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합리주의자답게 그가 맡은 본부교회의 헌금 관리를 전문 재정팀을 신설해 전담하게 함으로써 헌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취임 후 조직체계를 대폭 정비해, 과거 문선명 총재가 직접 임명하던 각 시·도 단위 책임자인 교구장을 선거제로 바꿔 선거를 통해 임명했다.

교구장 선출제로 바꾼 7남 문형진 회장

▶(위에서부터)1 2006년 여름 천정궁 박물관 개관식에서 문선명 총재 가족, 1990년 4월11일 크렘린 궁에서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 문 총재 부부, 1991년 12월6일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당시의 문 총재.

“제가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모르지만, 저는 임명제보다 선거제가 낫다는 판단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어서 혹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교구장에 임명하는 것은 안 좋잖아요? 우리 커뮤니티에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분을 뽑기 위해서는 선거가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래서 통일교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한 임명을 실시했습니다. 나머지 스태프는 선거를 통해 임명되신 분들이 직접 뽑게 했고요.” 문형진 회장의 말이다. 그는 “되도록이면 식구(통일교에서는 신자를 식구라고 부른다)들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권위의 리더십이 아닌 겸손의 리더십을 펴고 싶다는 것이다. 한편, 그 동안 통일교 세계회장직을 맡아온 곽정환(72) 씨는 초종교초국가연합세계회장·선문학원 이사장·천주평화연합(UFP) 세계의장 등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회장을 맡아온 황선조(53) 씨는 지난 총선에서 평화통일가정당 총재를 맡았으며, 현재는 ㈜일상해양산업 회장을 맡아 여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형진 회장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문선명 총재의 자녀는 통일그룹을 이끄는 4남 문국진 이사장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마이애미대 MBA 과정을 수료한 그는 대학시절 미국에서 직접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성공시킨 ‘성공한 CEO’다. 통일그룹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통일중공업·한국티타늄 등 주요 계열사가 줄줄이 부도를 맞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 통일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문국진 이사장은 취임 직후 33개 계열사 중 11개 계열사를 매각했으며, 남은 회사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통일교의 든든한 후원자, 통일그룹 이끄는 4남

“제가 취임했을 때 33개 계열사 중 80%가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한 예로 <세계일보>는 1년 적자가 3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하루에 1억 원씩 까먹고 있었다는 말이죠. 이 상태로 그냥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임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말했어요. 이 사무실 앞으로 3~4개월씩 데모대가 몰려오기도 했지만, 많은 분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죠.”

문국진 이사장의 말이다. 문 이사장이 특히 주력하는 것은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 회복. 통일그룹이 과거 교회와 관련된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면서 교회와 기업의 명확한 구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그 동안 종교와 기업이 섞여 효율적이지 않게 경영돼 왔다”며 “재단의 근본 취지로 돌아가 앞으로는 이익을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통일그룹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계열사는 <세계일보>·용평리조트·일신석재·선원건설·세일여행사·일상해양산업·일화·아시아포럼·일흥조선·통일스포츠·평일기획·천일교육원·평농·JC·TIC 등 15개 회사다.

방영섭 부회장은 “15개 회사 중 <세계일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구조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2005년 이전에는 1년에 1,000억 원의 적자를 냈으나 2006년도에는 300억 원의 흑자를 냈으며 올해는 500억 원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문 총재의 국제활동을 국제적으로 뒷받침하는 3남 문현진(40) 씨는 형제들 중에서도 언변과 카리스마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이다. 현재 천주평화연합(UPF)과 통일그룹 세계재단, 세계평화청년연합 세계회장, 선문평화축구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통일교의 국제활동을 뒷받침한다.

그는 특히 통일교가 인수한 세계적 통신사 UPI와 기존 <워싱턴타임스> 등의 언론매체를 소유한 뉴스월드커뮤니케이션 회장 등을 맡아 미국 통일그룹을 총괄한다. 그러나 언론 노출을 극도로 피해 다른 형제들에 비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지난 8월1일자로 미국총회장에 오른 2녀 인진 회장 역시 하버드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5명의 자녀 중 두 아이를 홈스쿨링을 통해 하버드대에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관계자들은 최근 2세대의 급부상에 대해 ‘세대교체’라는 말을 쓰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다.

“아버님(문선명 총재)이 건재하시고, 또 아버님이 돌아가신다고 해도 자식들이 아버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님의 말씀을 자녀분들이 이어받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든 시간은 변화를 불러온다. 이는 통일교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교의 2세들이 과연 문선명 총재의 카리스마를 대신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오효림 월간중앙 기자 hy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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