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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마중학교 최재진 운영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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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둘씩 짝지어 영어로 전화를 걸어볼까요.』 경기도고양시 성저초등학교(교장 宋永漢) 특별활동시간.「엄마선생님」과 함께 영어로 전화놀이하는 어린이들은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이다.바이올린반.미술반.한자반 등 다른 반 어린이들도 마찬가지.학교운영위원회 요청에 따라 매주 화.목요일 오후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11개 특별활동반도 2개반을 빼고는 모두 학부모들이 직접 지도한다. 『무엇이든 원하는 어린이가 30명만 되면 새로운 특별활동반을 만들어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학원에 다니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맞벌이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계획중이라는 학교운영위원장 전양숙(全良淑.40.여)씨.학부모들이어떤 형태로든 학교일에 참여케해「내 아이」에 고정된 관심을「우리 아이들」로 넓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이 학교 운영위는 교사들이 어느 교실에서든 손쉽게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최근 관할교육청에 1백70만원을 지정기탁하는 등 어떻게든 교육에 보탬이 될만한 일들을 하려고 애쓴다.
올해부터 학교운영위가 운영되면서 달라진 학교 모습 이다.교육개혁은 규제.통제 중심의 학교운영을 자율 중심으로 전환,학부모와교사.지역인사가 고루 참여하는「학교공동체」구축에 큰 비중을 둔다. 그러나 많은 학교에서 학교운영위는 운영위원 선출단계서부터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교장 마음에 드는 교사와 학부모 중심의 운영위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의 피선거권에 자격제한을 둔다거나 「바른 소리 잘하는 운영위원들은 골치아프다」는 식의 거부적인 자세로 「고분고분한 운영위」를 만들기 위해 운영위 관련 조례나 규정을 무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부모 운영위원을 뽑는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열기가 가득한 것을 보고 앞으로 학교가 달라질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서울 B중학 학부모 조영란(40.여)씨는 학교운영위 초기의 진통은 학교 경영자나 학부형.교육행정기관의 의식 변화를 통해 지혜롭게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백마중 학교운영위는 학교버스 구입비까지 마련했지만「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관할 교육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또 학부모들이 교내과외를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들을 폭력배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매일 저녁 학교주변을 지킬 만큼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마저 당장 중지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특히 오는2학기부터 15개 시.도 교육청별로 교장 임기가 만료되는 초.
중.고교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할 교장초빙제,그리고 97년 3월부터 실시예정인 교사초빙제 역시 운영 위가 교육의 자율성 신장 차원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교육 현장의 자율에 족쇄를 채워온 각종 훈령과 지침 등 교육 규제들이 대폭 철폐돼 학교 공동체는 그야말로 자율 속에서 우리 교육을 바꿔갈 주체가 될 것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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