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축구 한.일 공동개최 결정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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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 아쉽다.』 31일밤 철도역.버스터미널에 나와 있던 시민들은 TV에서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확정」 속보 자막이 나오자 가벼운 탄식을 보내며 단독개최 불발을 못내허탈해했다.하지만 단독개최가 무산된 이상 공동개최가 해묵은 양국 감정을 해소하고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는 새 장(場)이 되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각계 인사들도 「아쉬움 반,기대 반」이라는 반응을 나타내며 『이 지구촌 축제를 일본보다 더 잘 치러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하(金宗河.62.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고문)씨=단독개최가안돼 아쉽지만 「절반의 성공」도 대단한 일이다.서울올림픽 유치와 같은 쾌거를 접하고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흥분을 금할 길없다.다만 일본과의 공동개최로 양국간 국력과 개최역량의 비교가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스포츠 인프라(시설)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장동진(張東震.연세대교수 정외과)씨=축구팬의 한사람으로 너무 아쉽다.단독개최가 됐다면 그처럼 좋은 일이 어디있겠는가.하지만 공동개최는 먼저 유치경쟁에 들어갔고 실질적인 국력이앞서는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 만큼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경제적으로도 일본에 더 큰 이득이 된다고들 하지만 공동개최인 만큼 대외적으로는 양국의 상품.문화등을 동등하게 보는 시각이 확산될 것이므로 꼭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황인성(黃寅成.「월드컵 남북공동개최 범국민운동본부」공동집행위원장)씨=공동개최 결정은 갈등양상으로 비화된 개최지 문제를 여러 국가들의 합의아래 기계적.물리적으로 봉합한데 지나지 않는다.양국간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다.해묵은 갈등 요인을 확산시킬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반대한다.특히 한.일 공동개최 결정으로 분단 극복및 긴장완화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던 남북공동개최가 무산돼 버렸다.
▶문경희(文景姬.34.주부.서울서대문구홍은동)씨=공동개최가 결정된 이상 앞으로가 더 문제다.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국제축구연맹(FIFA)및 일본과의 협상을 잘 마무리해야한다.「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꼴」이 돼선 안된다. ▶김경용(金慶鎔.56.한라그룹 홍보실장)씨=양국간 관계나 경제협력등을 고려할때 공동개최는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만약 두나라중 한나라가 개최지로 결정됐다면 탈락한 나라엔 물심양면으로 후유증이 너무 컸을 것이다.
▶박창종(朴昌鍾.22.아주대 경영2)씨=공동개최는 말도 안된다.집행위원들이 한.일간 국민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다.한국이든,일본이든 단독개최가 바람직했다.일본과 공동개최하면 경제적으로도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다.
표재용.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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