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초구 금요음악회 10년간 400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테너 임웅균 교수와 제자들이 400회를 맞은 서초금요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조명이 켜지자 무대가 눈부시게 환해졌다. 이어 연미복 차림의 건장한 남자 다섯 명이 걸어나왔다.

"여러분, 문화는 만드는 사람이 아닌, 가꾸는 사람의 것입니다. 서초 금요음악회가 10년간 계속돼 오늘 400회를 맞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주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 네 명과 함께 무대에 오른 테너 임웅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인사말에 구민회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커다란 박수로 답했다. '나물 캐는 처녀', '목련화', 돌아오라 소렌토로', '축배의 노래'등이 신나게 이어졌다.

노래와 노래 사이 어색한 침묵은 없었다. 임교수가 중간 중간 곡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음악과 관련된 퀴즈 등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신명나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엄마 옆에서 겜보이를 하고 있던 양재초등학교 이현우(11).찬우(9) 형제도, 현재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 금천구에 살면서 수시로 이곳을 찾는 경북 김천 출신의 동창생 이선교(63).박희도(63)씨도, 감상문 숙제를 위해 처음 음악회를 찾은 성덕여상 1학년 신혜원(17).심혜선(17)양도 선율에 취해 줄곧 무대만 바라보았다.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특집음악회는 800여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1994년 3월 시작된 음악회는 선거기간 등을 빼놓고 10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계속됐다. 조남호 서초구청장은 이날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간부들은 '빵과 우유를 주고 버스로 동원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반대했었다"는 후일담을 들려주며 400회 공연을 자축했다.

서초 금요음악회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클래식과 국악.뮤지컬 등 수준 있는 공연을 준비해왔다. 오케스트라.오페라.성악.실내악.국악 공연이 고루 펼쳐졌다. 외국 유명 음악단이 찾아오면 각국 대사들도 함께 참관했다. 둘째는 무료 음악회였다. 공연자들은 사실상 자원봉사자나 다름없었다. 셋째는 순수하게 주민을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이날 관객이 모두 빠져나간 로비에는 한 모녀가 남아 있었다. 어머니 신수정(40.서울 우면동)씨와 함께 온 김성경(11.우암초4)양이었다. 金양은 느지막하게 나타난 임교수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며 말했다. "나도 음악가가 될 거예요."

정형모 기자<hyu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