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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서 맴도는 3당 개원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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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의 개원협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고있다.실은 협상자체가 시작된 적도 없다.그냥 상황만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30일,6월8일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대전.인천.부산등 5개 도시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이날 자민련 소속 의원들에게 친서까지 보냈다.『비상체제에 돌입한다.6월4일부터 전의원들은 서울에서 상시 대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여당 총무와의 비공개 회동도 하지말라 는 게 우리당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한국당 역시 먼저 굽히고 들어가려는 의사는 없는 듯하다.따라서 자칫하다가는 여당이 단독으로 원구성을 하고 야당은 거리로뛰쳐나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국면이 만들어진 근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은4.11총선 결과에 대한 여야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엄밀히말하면 신한국당의 1백39석과 국민회의 79석,자민련 50석,민주당 15석은 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구 도다.
그래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과반수인 1백50석을 채우기 위해영입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건 다 예견된 수순이었다.문제는 시기였다.신한국당은 야당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 영입작업을 펼쳤다.이에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이러려면 선거를뭐하러 했느냐』고 반발했다.그러면서 두 사람의 수십년 정치역정에서 초유의 공조체제까지 출범시켰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건 무소속 서훈(徐勳)의원의 지난 28일영입이었다.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여당이 우리가 보라매공원 집회를 끝내자마자 영입을 재개한 건 양보를 안하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라고 말했다.끝내 감정싸움으로 치 닫고 말았다.
신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과 DJ-JP간 공조의 한시성,월드컵 유치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야 모두 이번 국회개원을 대선정국을 앞둔 전초전으로 본다는데 있다.기선을 제압당하면 내년 대선까지내내 끌려다닐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특히 야당이 심하다.그러다 보니 서로 강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 는 형국이다.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김용환(金龍煥)자민련 총장은 『여론의비난을 감수하겠다』고까지 결의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당이 현재로선 별로 줄게 없다는 것이다.선거법개정.
국회상임위원장 배분등 양보할 게 몇가지는 있지만 야당은 『그 정도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개원까지는 6일밖에 안남았다.여야는 지금 3당 총무간의 비공개 협상에 마지막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극적 타결이 이뤄질지,아니면 초유사태가 빚어질지 이제부터 초읽기가 시작된 셈이다.
15대 국회는 역시 구태를 맴돌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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